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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l 19. 2020

마지막 이야기, 나는 다시 몽골로

나의 몽골 이야기Ⅴ

 10박 11일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나를 포함한 몽골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리 마음속에는 아직도 몽골이, 몽골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이, 몽골의 끝없이 펼쳐져 있던 초원과 하늘이 남아있다.


 초원을 돌아다니며 게르를 이곳저곳 방문했다. 간혹 몇몇 곳은 낯선 우리의 방문을 꺼리며 거부하기도 했고, 어느 날에는 태풍을 만나 길을 걸어 다닐 때 거센 바람을 맞으며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게르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처음 게르에 갔을 때 적응하기 힘들었던 아롤도 적당히 몇 곳 다니다 보니 적응이 되었는지 입맛에 맞아, 한국에 와서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났다. 고린내가 나기도 하고 고소하기도 하며 시큼하면서도 달콤했던 아롤. 게르 밖으로 양, 염소, 소 따위의 가축이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거의 모든 동물이 사람을 피했지만, 이따금 사람을 향해 울면서 다가오는 동물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를 마주쳤을 때 귀여워해 주는 것처럼 우리는 그 동물들을 귀여워해 주었다.

 당시 나는 몽골을 통해 삶에서 느꼈던 회의와 무력감을 해소하고자 했다. 드넓은 초원에 내 짐과 무게를 덜고 온다면 그건 한편으로 더 나은 방식이 아닐까 생각하며. 물론 출발 전에 느꼈던 불완전함과 불안이 나를 파도처럼 덮쳐오기도 했지만, 몽골에서 경험한 귀한 인연과 귀감이 더 큰 쓰나미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몽골에서 삶의 방식을 배웠다.

어쩌면 한평생 살며 만나지 않았을 존재들을 만났던 기이한 만남의 결합성, 좁은 시야로만 봐왔던, 삶의 무게가 아닌 더 넓은 시야를 통해 보는 내 삶의 깊이를 느끼는 일 따위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내가 당시, 그러니까 작년 여름에 몽골에서 맛보고 감응했던 것을 다음번에 분명히 똑같이 느끼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의 계획이기도 하며, 내 삶이 무게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깊이에 더 큰 시야와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든 깊이 속엔 몽골이 살아 숨 쉬며 생동한다.

나를 덮쳤던 파란 물결의 갈래 끝에 있는 몽골. 나는 다시 몽골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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