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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Aug 30. 2020

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를 탓하는 문장으로 운을 떼면서 말하자면, 요즘엔 이러한 연유로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미 입추立秋는 오래전에 지나갔고 우리는 처서處暑를 보내며 백로白露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백로가 오면,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여름이 주는 더위는 의욕을 한풀 꺾어놓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유독 비가 많이 내렸던 올해는 더더욱 그랬지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이 비가 되어 다시 바다로 돌아가듯, 제 의욕은 뭉게구름처럼 뭉쳐있다가 작고 작은 빗물로 분해되었습니다. 결국엔 바다로 돌아가듯, 제 속에 일렁이는 바다로 돌아올 그것들이 여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요.
여름은 저에게 그런 계절입니다. 한껏 부풀려 놓았던 기대감을 살짝은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계절. 무기력함으로 정의되지만, 사실은 작은 쉼이 되어주는 그런 계절. 저는 이제 그러한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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