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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Aug 21. 2020

잘 지내고 계십니까

 잘 지내고 계십니까? 예,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잘 지냈었고요. 별안간 왜 높임말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함께한 시간보다 요원하게 보낸 시간이 더 길어서인지, 제 내면에서 당신의 존재를 지운 지 오래되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단지 편하게 대화할 사이가 아니어서인지.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오래되었지요. 당신과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도 어느새 10년은 더 지났으니까요. 당신으로부터 맞닿았던, 당신이 그토록 정애를 담아 눌러 쓴 크리스마스의 메일은 더는 열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먼지가 쌓인 채 방구석에 처박힌 낡은 편지처럼, 이미 휴면 상태가 되어버린 제 계정처럼 말이죠.

 이제는 당신을 회상 속에서도 완전히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제 기억과 알량한 꿈의 무의식을 오가느라 많이 피곤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편하게, 저와 우리를 잊은 채 사시길 간절히 기원하고 희원합니다.

 무한히 연정하는 나의 사랑, 나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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