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민 Aug 18. 2020

사랑하는 나의 카이

 카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 변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아침에 눈을 뜰 때 약간의 짜증보다는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5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부터 카이는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 사이 잠을 자느라 푹 잠긴 목소리로 나나 혹은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에게 치대며 밥그릇에 사료를 붓도록 몸을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빈다. 잠겨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사람의 목소리처럼 친근하고, 또 이로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사랑스럽다.

 둘째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지친 기운에 활력을 얹어주는 존재가 생긴 것. 카이가 없던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섰을 때, 피곤함에 절어있을 뿐 어느 것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지 못했다. 카이의 존재는 마치 풍선에 바람으로 빵빵해져, 약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가벼운 몸짓이 되는 것과도 같았다. 내가 바람이 들어가기 전, 김빠져있는 풍선이라면 카이는 그 속으로 공기를 주입해 넣는 것, 혹은 풍선으로 들어와 야들한 풍선에 활력을 북돋아 주는 공기 같다.


 이 외에도, 집에 에어컨이 생긴 것, 집 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존재하게 된 것, 뒤척이는 잠자리에서 옆자리를 지켜주는 존재가 생긴 것, 살아갈 희망을 남김없이 주는 존재가 생긴 것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것.

 카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도 생명에 대한 존엄과 소중함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토록, 누군가에게 내 남은 삶의 일부를 떼어주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고 커가는 것이 아닌, 한 해 한 해 죽음에 가까워가는 카이를 볼 때면 내 남은 인생의 절반을 잘라내어 주고 싶어진다. 아무 연고 없이 인간의 평균 수명인 80세까지 사는 것이 내 운명이라면, 카이에게 약 30년 이상의 시간을 내어주고 싶다.

 그럼 우리는 함께 늙어가며 함께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겠지.

 나에게 카이 너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
사랑하는 나의 카이, 바다만큼 너를 사랑해.




 * ‘카이’는 하와이어(Kai / 바다)에서 따온 이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의도는 여전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