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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Aug 18. 2020

무의도는 여전히

 아마 무의도에 처음 갔던 것은 막 초등학교 4학년이 됐을 무렵, 그러니까 2008년이 시작된 겨울이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이전─무의도를 가기 전─에 바다를 보러 갔던 뚜렷한 기억이 없다. 아마 갔지만,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예 가본 적이 없던 것일 수도 있다. 여하간 내 기억의 첫 바다는 무의도였다.


 무의도,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딸린 섬.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하였고 함께 있는 섬 중 큰 섬을 대 무의도, 작은 섬을 소무의도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 무의도를 갔을 때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만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5,000원 미만의 비용으로, 5분이면 어느새 섬에 도착해있던 기억이 난다. 배는 어느새 잠진도 선착장에서 무의도에 있는 큰무리 선착장으로 데려다주었다.

 바닷물을 실은 바람이 콧잔등을 훑고 콧구멍으로 들어오자 구석구석에서 짠 내가 진동하며 내가 바다에 왔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겨울이었지만 유독 따듯했던 날씨가 기억난다. 하늘은 서해의 색처럼 흐리멍덩한 푸른빛이었고 내 마음은 바다의 색과 일렁임처럼 함께 울렁거렸었다. 그때의 기억 중 일부를 끄집어낼 때, 약간의 떨림이 나에게 들이닥치는데, 그건 순전히 웅장하기만 한 ‘바다’라는 것을 처음 본 감각과 기억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평생은 알고 싶지 않던 사실과 듣고 싶지 않았던 실정을 알게 되었고 듣게 되었다.

 ‘바다’에 대한 첫 기억의 감각은 설렘으로 인해 떨림보다는 꺼내고 싶지 않은 작은 흠집이 된 것이다. 한동안은 그때의 기억을 송두리째 꺼내 씻어내 보고 싶었다. 기억이 필름 일부라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무의도에 대한 필름만을 찢어낸 후 나머지 필름끼리 다시 이어붙이고 싶었다. 내가 담고 있는 작은 흠집의 기억이 바다를 타고 저 멀리, 내가 볼 수 없는 곳까지 떠밀려 가길 원했다.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자연스레 무의도를 기억 속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다시 한번 무의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반은 자의적인 의지, 반은 타의인 의지로 가게 된 것이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무의도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짠 내를 콧속에 품게 해주었고 흐리멍덩한 하늘과 바다의 색 또한 그때와 다를 바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제는 무의도로 들어갈 때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 없고, 다리(橋)를 이용해 들어가야 한다는 것. 처음 갔을 때는 겨울이었지만 다시 한번 방문했을 때는 민소매 차림의 여름이었던 것. 죽어있던 생물들이 파릇파릇하게 소생하는 모습을 눈으로 한껏 보여주었다는 것. 나는 12년 전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성장했다는 것. 바다를 보는 시선이 작게나마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무의도에 대한 기억은 작은 흠집이고 상흔임이 변함없다. 그런데도 무의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었다. 변해가는 나를 잡아주는 옛 기억의 필름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그 시절의 기억과 함께 그 모습 그대로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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