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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n 28. 2020

내일 만나!

나의 몽골 이야기Ⅱ

 ‘Маргааш ирээрэ! (Margaash ireeree, 내일 만나!)’


 다음날에 있을 어린이 선교를 위해 우리는 충분한 잠을 자고 난 후, 길거리로 나가 ‘Маргааш ирээрэ!’라고 외쳤다. 모린다와에 사는 아이들을 모린다와 교회로 부르기 위해.

 빡빡이 머리를 한 채 친구들과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 동네 공터에서 철봉에 매달리고 시소 따위를 타는 여자아이들. 한국 사람은 처음 보는지 신기한 얼굴로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는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는 몽골어를, 몽골의 아이들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는 듯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아이들은 작고 소중하다. 소위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기도 한다. 하지만 아동 혐오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등의 프로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좋아졌지만, ‘노 키즈 존’의 식당, 카페가 존재하는 등 여전히 아동 혐오의 여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가?

 몽골에서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진심을 주고받을 때, 나는 스스로 질문했다. ‘Маргааш ирээрэ!’라는 말과 함께 건넨 작은 막대사탕 하나에도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며 즐거워하는 그 아이들을, 순수한 동심으로 낯선 한국 사람들을 반겨주는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냐고.




 우리는 아이들을 교회로 불러 모은 후, 한국에서 준비해갔던 여러 활동을 이틀의 시간 동안 진행했다. 구슬을 모아 팔찌를 만드는 일, 종이로 책을 만들어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적는 일, 한국에서 만들어갔던 구연동화를 읽어주는 일 등. 그 중 아직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은 활동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팔찌 만들기였다.

 팔찌는 각자의 손목에 맞춰 갖가지 크기로 만들어졌다. 비록 좋은 구슬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팔찌는 고액의 팔찌들보다 더 빛나고 값져 보였다. 나도 내 손목 굵기에 맞춰 노랑, 파랑, 빨강 등 색색의 구슬을 넣어 만들었고 흡족함이 묻어 나올만한 팔찌가 완성되었다. 그때, 어떤 여자아이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자신이 한땀 한땀 열심히 만들었던 팔찌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분명 소중한 것인 양 품고 있던 팔찌였는데. 처음 만났을 나에게 자신이 만든 소중한 팔찌를 건넨 그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팔찌를 주며 하얀 이가 드러나도록 웃는 그 아이에게 나도 내가 만든 팔찌를 건네주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만든 것을 주는 일. 그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행동인가.

 나는 아직도 그 팔찌를 손목에 하고 다닌다. 언제 끊어질지 모를 그 팔찌를.


 작년에 다녀왔던 몽골, 벌써 1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때 만났던 아이들의 웃음이 잊히지 않는다. 비록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참새가 짹짹거리듯 재잘재잘 이야기를 건네던 그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히 떠오른다. ‘Маргааш ирээрэ!’ 내일 만나! 라고 말을 건넸을 때 순수한 동심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 아이들의 작고 소중한 웃음이.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난 너희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Маргааш ирээрэ!’






- [초원을 먹는 사람들. 나의 몽골 이야기 Ⅲ]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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