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임울림>
마스크 착용 권고 수준 하향. 엔데믹이 가까워졌나 보다. 아침에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아직 젊은 우리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고 떠들었다.
그러다 누군가 농담으로 이렇게 말한다.
- "잘생긴 사람들이 마스크 벗기 시작하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어디선가 그런 얘길 들은 적 있다. 소개팅을 하거나 즉석 만남을 주선한 경우 마스크 때문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얘기. 과연 금방 마스크 벗은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던 찰나에, 연애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동생 하나가 말한다.
- "요즘에는 남자가 잘생기고 재력도 좋으면 여자들이 그렇게 대시를 한대요."
아는 사람이 바(bar)를 차렸는데 거기 오는 이성들이 대시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20대 후반에 에피소드가 하나 떠올라서 풀어본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대외활동이다 뭐다 해서 바쁘게 지낼 때였다. 대학생의 특권.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다는 것. 그러다가 사람들을 건너 건너 알게 됐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치는 자리들에 자주 참여하게 됐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여자분 한 명이 있었다. 꽤나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그냥 물 흐르듯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분한테 연락이 왔다.
- "너 삼성동에서 카페 운영해?ㅎㅎ"
당시 나는 삼성역 근처 할리스 커피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모임을 주선하던 동생 하나가 커피집에서 일한다고 소개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사장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알바라고 손수 정정했고, 이후 답장은 없었다. 한 마디씩 주고받은 셈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사람보다 조건을 먼저 보는 모습이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사람과의 대화가 우선이고 친구관계든 연인관계든 마음을 나누는 게 우선이다. 물론 그럴 수 있겠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저렇게 얼굴을 바꿔가면서 저돌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나조차도 부끄럽게 만든다. 한편으론 대단하다.
다양한 알바 인생을 겪어오면서, 비슷한 맥락의 일이 있었다. 야간 편의점을 하는데, 술 취한 취객이 기물을 파손했다. 욕을 하고 몸을 잡길래 경찰에 신고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나중에 편의점에 와서 검은 힙색에서 5만 원짜리 한 뭉치를 손에 잔뜩 쥐고 흔들면서 '나, 네가 무시할 만한 그런 사람 아냐'라고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을 평생 무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나는 '아저씨, 언제든 지난번과 똑같이 행동하면, 저도 똑같이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로 그분은 오지 않았고 사람을 무시할 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재력, 외모보다도 아름다운 건 내면이다. 사람이 타고난 것이 있을지언정 삶은 내 눈앞에 있는 것임을 나조차도 자주 망각한다. 사주보다 관상, 관상보다 심상이라고 했다. 건강하자,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된 내면을 가꾸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한 하루. 예쁘고 잘생긴 것도 좋지만, 아름답게 무르익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