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걸었다.
누구보다 확실하기 위해 티를 낸다.
저만치 멀리서 홀연히 바라보는 눈빛, 그저 10년을 버틴 오늘도 하릴없다.
애써 남겨둔 밥그릇의 온기도 한겨울의 한파에 그저 누그러진다. 소실점은 흐려진다. 흰눈 위 어두운 그림자를 그저 묵묵히 따라가지만, 역부족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한끗 차이. 결국 실패다.
어떻게든 접미사를 두고 새로운 노력을 투여하지만 결코 연결하기 쉽지않다. 속으로 삭힌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인정하는 것이 그저 편하다. 에두를 필요도 없이.
사그락사그락
새하얀 도화지에 때묻은 발자국. 그저 순수한 마음에 맨발로 걸어야 하지만 용기는 없다.
10년의 흐름 속에 그저 나약하다. 그래도 소리는 들린다.
함박눈이 내리는 그 소리.
하늘을 올려본다. 어쩌면 백야의 순간.
하지만 잠시 뿐이다. 눈을 감고 또 되뇌어도.
회색 잿빛이 가득하다.
오히려 눈이 그치고 그저 파란 하늘이 보고싶지만, 이제야 시작된 한겨울의 추위는 내뿜기 바쁘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바쁜 일상 속 여유를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하늘의 새하얀 함박눈과 달리 발밑의 더러운 공기는 괴리만 더해진다.
참고 또 참고.
삶의 연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호흡하고.
기다림의 연속.
그저 기다리고 또 다른 10년이 흐르면 마주할 수 있을까. 어쩌면 20년, 30년.
땀을 흘리고 싶을 뿐이다. 정열과 열정을 통해.
하지만 차갑게 식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