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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리 Mar 30. 2024

’처음‘이라는 단어의 힘

나는 세 자매 중에 둘째로 태어났다. 나와 동생은 2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언니는 우리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종종 둘이 커플로 하라면서 언니를 제외하고 우리 동생들 것만 작은 선물을 하나씩 사 오셨다. 어느 날 언니는 왜 맨날 동생들만 예뻐해 주고 챙겨주냐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둘째인 내가 보기에도 우리 부모님은 유독 언니에게는 짜증을 내며 말을 쉽게 했고, 챙겨주기보다는 늘 의지하고, 그러면서 언니로서 동생들을 잘 보살펴주기를 기대했다. 첫째로써 가장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정작 사랑과 챙김을 받는 것은 동생들이라는 사실에 서운하고 억울해하는 언니를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가정을 보아도 부모가 첫째와 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서 서운함을 느끼는 첫째가 많은 듯하다. 그래서 첫째와 둘째 그리고 막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지, 정말 자녀가 둘이든 셋이든 모두 공평하게 똑같이 사랑하는지 나는 늘 궁금했다.


그런데 부모가 되려고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둘째 셋째가 태어났어도 첫째에 대한 애정이 변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부모는, 특히 엄마는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온통 가득하다. 아이가 언제 나에게 올 지 기다려지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공부하고, 하루종일 아이와 눈을 맞추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다시 바라고, 상상하고를 반복한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내 눈앞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의 행복감과, 앞으로 이 아이와 함께 할 우리 가정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상상만 해도 벅차다.


그렇게 만난 우리의 첫 아이를 부모가 잊을 리가 없다. 첫 아이는 우리가 처음으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을 퍼부었던 존재이자, 부부가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해 주는 존재이며, 우리 삶의 방향과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존재가 된다. 첫 만남, 첫사랑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처음 경험하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고민하고 당황하며 하나씩 배워나갔던 시간들도, 우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갑자기 부모의 위치가 됨으로써 느끼는 낯선 책임감도, 이렇게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툰 우리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된 그 순간도. 첫 아이에게는 단순히 자녀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의 설렘과 서툰 모습들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이는 첫 아이를 낳고 키워봄으로써 부모라는 위치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진 둘째 아이의 육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일 것이다.


물론 둘째를 가져 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둘째 셋째가 또 어떻게 다가올지 아직은 모르기에 가능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또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거나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니기에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언니에게 우리 엄마도 이런 마음일 것이라고 말은 못 하겠다.


그래도 늘 사랑받고 싶어 하던 첫째들에게 모든 부모를 대신하여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를 부모가 되게 해 준 첫째는 분명히 다르다고. 너는 아주 특별하고, 우리 부부의 첫사랑이라고. 우리는 처음 네가 우리에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여전히 너를 사랑하기에 그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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