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반기 서한
다들 평안하셨는지요? 2023년 상반기는 제게 많은 변화를 안겨준 해입니다. 저에게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염원하던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하나둘 닫혀있던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ChatGPT의 등장은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붐을 일으켰고 수많은 생성형 GPT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자연스레 반도체(HBM, DDR5)도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협동 로봇과 물류 로봇이 주목받았고 스마트팩토리도 주목받았습니다. 엔터는 말도 안 되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상반기 최대 수혜를 입은 이차전지입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최근 연준이 발표한 CPI는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치인 4.0%까지 낮아졌지만 생활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선식품과 주류, 택시비가 가장 크게 와닿았네요. 그리고 중국이 스탠스를 바꿨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국 경제에 유리한 요인이었는데 중국이 미국과 다시 사이를 좋게 가져가려고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한국 경제 상황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됩니다.
본업부터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금 저의 본업은 군인입니다. 조리병으로 군내 간부들의 식사를 담당합니다. 조리를 직접 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식당 알바를 해보셨던 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거 하려나?'의 '이런 거'를 전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 중 주력하는 것은 '서빙'입니다. 전대장급 정도되는 사람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재밌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서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입니다. 성격상 리더격 포지션을 잡고 있지만 일의 특성상 혼자 할 수 없는 일투성이입니다. 언제나 함께 가야 오래, 그리고 멀리 갈 수 있음을 느낍니다.
예전에 '요리하는 개발자'를 모토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딱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요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개발도 녹슬지 않게 꾸준히 연마하고 있습니다. 개발은 제가 처음 직업으로 가졌던 비즈니스 중 하나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외주로 돈을 벌기 시작해 입대 전까지 개발로 먹고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역후 취업 준비 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휴일에 시간을 내어 또 열심히 무언갈 만들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집중해 주세요.
개발을 올해 바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군대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다른 공부를 하느라 개발에 쏟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개발 환경은 형편없었습니다. IDE 설치도 안 될뿐더러 터미널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과 환경의 한계는 핑계에 불과함을 인정합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개발에 투자할 수 없지는 않았습니다. IDE를 설치할 수 없다면 대안으로 GitHub Codespaces 가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에 회의를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언제나 다시 엔지니어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개발이 가장 재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것을 일이 아닌 취미로 할 때의 그 희열이란! 물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 코더, 개발자가 아닌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훌륭한 개발자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경력이 적고 많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단순 코더에서 벗어나 함께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서 <소프트웨어 장인>을 쓴 산드로 만쿠소는 책 초반부에서 훌륭한 개발자의 능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고객과 대화하기
- 테스트/배포 자동화하기
- 전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기술 선정하기
- 지리적으로 분산된 팀들과 협업하기
- 고객을 도와 필요한 작업을 정의하기
- 우선순위 선정하기
- 진척 상황 보고하기
- 변경사항과 기대일정 관리하기
- 잠재 고객 및 파트너에게 제품 소개하기
- 사전 영업 활동 지원하기
- 개발 일정과 비용 산출하기
- 채용 면접하기
- 아키텍쳐 설계하기
- 비기능적 요구사항과 계약 조건(SLAS) 검토하기
- 사업 목표 이해하기
- 주어진 여건에서 최적의 결정하기
- 새로운 기술 주시하기
- 더 나은 업무 방식 찾기
- 고객에게 가치 있는 상품이 전달되고 있는지 고민하기
운이 좋게도 이전 회사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사수와 함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지금 개발할 때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개발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요리하는데도, 공부하는데도, 나아가 결국 삶을 대하는 데도 수없이 많은 피드백을, 그리고 이정표를 제공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비즈니스와 삶에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이를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합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삶 전반을 하나의 비즈니스 생태계라고 생각하고 이를 영위합니다.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현재 주력하는 '공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조리, 개발, 공부까지 세 가지 정도가 되는데요, 여기에 운동과 식단 관리까지 포함하면 삶을 통제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됩니다. 이걸 지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시스템으로 접근했습니다. 결국 이 시스템의 정립은 상반기 제게 다가온 큰 변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레버리지할 수 있는 것들을 확실히 레버리지한 것입니다. 이에 관해선 후술하겠습니다.
삶을 시스템화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평안을 추구했던 제게 삶 자체를 시스템으로 만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라이프 스타일 시스템을 문서화하냐 안 하냐의 문제였던 겁니다. 지금은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제가 올해 가장 많이 되새기는 말 중 하나가 이번 글의 제목인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입니다. 김연아 님의 말이죠. 그저 매일매일 공부하고, 매일매일 기록하고, 매일매일 비즈니스를 점검합니다. 그저 그런 단순한 삶입니다.
크게 하루 단위의 데일리 시스템과 그 속에서 습관처럼 녹여낼 건강과 습관 시스템을 정의합니다.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물론 여러 여건에 따라 조정되지만, 최대한 저 시간에 일어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10시 ~ 10시 30분 사이에는 자야 합니다. 그래야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다음 날을 개운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간이 내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인지를 파악하고 그 시간대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저만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물론 약속 등으로 인해 조금 늦게 자거나 조금 늦게 일어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제 시스템은 제가 당일 해야 하는 업무와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고 얼마나 자느냐보다 그날 해야 하는 할당량을 제대로 끝 맞출 수 있는지에 조금 더 몰입합니다. 약 85%의 시스템 정확도를 지키기 위해 그렇지 않은 15%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신념 아래 시스템을 지키고 때론 쉬어가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합니다. 단언컨대 해야 할 것들을 절대 미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줄였습니다. SNS 계정도 정리했습니다. SNS는 기업가들을 팔로업하고 친구들의 근황을 살피는데 활용하고 그 외의 것들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동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혼자 끼니를 때울 때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봅니다.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내가 굳이 시간을 써도 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굳이' 해야 하는 것들을 모조리 레버리지 했습니다. 사람을 쓰기도 하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에 관해서는 롭 무어의 도서 <레버리지>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시간 관리부터 시스템의 정립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레버리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당신의 목표와 비전에 따라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다. 레버리지는 돈을 벌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신의 가치를 우선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당신의 시간을 가장 크고 지속적인 부를 창조하는데 사용하고, 당신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지만 성취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시간 낭비를 근절하는 시스템이다. 레버리지는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고, 당신이 잘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위임하는 기술이다. 레버리지는 정신없이 바쁜 순간에도 당신의 머릿속에 목표와 비전,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상기시킴으로써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하나님,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개종 전 스페인 군대에 소속된 군인인 성 이나시오 로율라의 기도문입니다. 노먼 오닐 신부가 이나시오에 대해 자세히 적어두었지만 이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기도문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정제된 좋은 자료와 퀄리티 있는 리서치, 그리고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확립된 원칙, 수많은 교훈들. 이것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활용해 리스크를 통제합니다. 과거의 리스크일 수도, 현재의 리스크일 수도, 미래의 리스크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곧 지혜가 됩니다. 리스크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하지만 저는 불확실성은 통제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바뀌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때를 위해 다른 리스크에 집중합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나아갑니다. 망상을 떨치고 걱정을 뒤로 하고 그냥 하는 것이 운이 좋고 못 할 것도 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삶을 행복하게 합니다.
한 달 단위의 이벤트와 성과를 이것이 과연 내가 바라는 대의를 위한 것인지 확인합니다. 인간관계, 사업, 회사, 운동, 생활습관 등 점검하는 것은 다양합니다. 조금 뒤틀린 듯하면 다시 방향성을 점검합니다. 매월 시간을 정해두고 확인하지만 하루에도 적게는 두어번에서, 많게는 수십번 현재 위치를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가속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전에는 삶의 다른 부분과 지금 행하는 '일'을 분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함께 가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배운 교훈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이는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게 도왔습니다. 그렇지요? 결국 모든 현실은 다른 모든 현실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건강. 건강해야 함을, 건강이 최고의 자산임을 많이 느낍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식단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루에 2끼를 기본으로 합니다. 평소에는 아침과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지 않습니다. 아침은 원래 일반식을 간단히 먹었으나 지금은 거의 두유 혹은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함께 먹고 과일이 있으면 조금 추가하는 정도입니다. 점심은 일반식을 먹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아예 먹지 않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알고선 점심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편입니다. 평일에는 보통 음식이 정해져 있으니 크게 고민하지는 않지만, 튀김류는 멀리하려고 합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보통 점심을 먹지 않고, 점심, 저녁 약속이 모두 있는 때에는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유동적으로 하루 2끼를 최대한 맞추려고 하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소화가 잘되었는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소화가 잘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배달 음식을 멀리하고 따로 약속이 있지 않다면 직접 해 먹는 식습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먹는 일에 있어서는 이제 '많이'도 싫고 '빨리'도 싫어서, 정확히는 그 뒤에 제게 찾아오는 그 포만감이 꺼려서 제 입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철저히 관리하는 편입니다. 자연스레 채소를 찾게 되었고 기름진 고기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군대에 가면 식습관이 많이 변하나 봅니다. 예전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 제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음에 많은 놀라움을 느낍니다.
운동을 적지만 꾸준히 합니다. 하고 싶고 해오던 운동은 복싱인데 지금은 할 수가 없습니다. 아쉬운 대로 맨몸운동을 주로 합니다. 웨이트는 하지 않고, 단백질도 따로 챙겨 먹진 않습니다. 아주 적은 시간 운동에 투자하기 때문에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이 또한 게으른 탓입니다만 이 부분은 나중에 논의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게 운동은 일평생 해오던 것이었으니 뭐든 찾아서 하겠지만 바디프로필을 목적으로 운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몸과 몸무게는 원하는 몸의 형태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지만, 이 정도로 반기 서한을 마무리하면 좋을 듯합니다. 처음 이런 포맷으로 회고 겸 글을 씁니다. 모두 크게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간 서한에서는 여기서 점검하지 못한 내용과 함께 더 퀄리티 있는 내용으로 찾아뵙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언제나 평안하길 빕니다. 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은 전부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6개월간 찾고 써낸 제 마음속 최고의 문장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세상의 눈은 엉뚱한 방향을 향할 때가 많습니다. 차이를 부각하고 극단적인 목소리만 증폭시키죠. 그런 상황에선 어떤 나라나 사람들에 대해 선입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리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고 음식을 맛보세요. 모두가 절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환영해줬고 경험을 나눔으로써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죠.
이스라엘 가정의 식탁에서 기쁨과 교감도 느꼈습니다.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자리였어요. 그리고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맛있는 음식의 힘도 확인했죠.
- 필 로즌솔,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 도종환, <귀가>
음식에 관한 우리의 경험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자리는 정말 중요하다.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 그리고 음식이 우리의 복지와 사회적 유대 관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우리의 사랑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또 여유롭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물 한 컵이 아니라 넓디 넓은 바다의 흐름이었으면 좋겠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윤슬을 품은.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진 것입니다.
지난 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남기니 잊지 마십시오.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
- 고길동의 편지
레시피란 요컨대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가치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 박웅현, <여덟단어>
독일인에게 친구란 꽤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관계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친밀함에 관해서 웬만하면 오버하지 않는 듯했다. 친구가 아닌 그저 ‘지인’을 뜻하는 말이 독일어에는 확실하게 있었다.
-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대개 남을 헐뜯으며 나때는 이랬는데 너때는 저러냐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낮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이들을 곁에 둘 필요가 없고, 이들에게 잘 해줄 필요도 없다.
그냥 내 인생에서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정이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정이 없는 게 아니다. 철저하게 나 자신을 보호하며, 나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지지 않게 하고, 이것이 오히려 남들이 보기에 큰 무기가 될 것이다.
4/ 환경을 바꿔야 한다. 어차피 혼자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위대한 여정을 헤쳐나갈 동반자를 구해야 한다. 뜻이 맞는 친구라면 더욱 좋고, 그게 아닐지라도 비즈니스적으로든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신 윈-윈이 돼야 한다. 어느 한쪽이 월등히 능력이 좋으면 그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바쁘다고 하는 사람은 그의 무능력함을 알리는 것이다. 어리석을 정도로 바쁜 일정은 자신의 중요함을 나타내난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고립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나심 탈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