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햄버거빵 이야기

by 김태선


타고난 팔자(?)인지 운명인지 왜 그리도 군인이 되고 싶었을까?


단발머리 여학생 때부터 내 꿈은 온리 원(only one)이었다. “군인”

푸른 제복의 멋스러움과 절도 있는 군인의 모습이 마냥 좋았다.

“여자가 무슨 군대를 가냐고? 남자들도 안 가려는 군대를 왜 굳이 갈려고 하느냐고?

극구(?) 말리는 남자 동기들도 많았다. 그들의 만류가 다른 흑심(?)때문은 아니었는지 살짝(?) 의심도 했었다.


대학졸업 이듬해, 응시한 여군장교 시험에서는 미역국을 마셨다. 하지만 오랜 꿈을 포기할 수도 없었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1년을 더 기다렸다.

매일 밤 훈련받는 꿈을 꾼 후에야, 다음 해 여군장교 합격통지를 받았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재수(再修)였다


입영전야! 대학서클 동기들이 마련해 준 자리! 최초의 여군장군이 되라며 별 네 개를 그려준 친구도 있었다. 비록 다이아몬드 세 개(대위)로 아쉬운 군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감사할 일이다.

내게 군복을 허락해 준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


여군 김대위의 그 시절 이야기 한 토막!

햄버거 빵을 볼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임관 전, 훈련소에서는 모든 것이 맛있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훈련과 조직생활, 부모형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먹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했던 것인지?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듯했다.

취침점호를 취하면서도, 아침에 눈 뜨면 나를 기다리는 햄버거 빵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

그렇게 햄버거 빵 생각에 설레며, 빵순이가 되어 갔다.


아침 한 끼만 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던 어느 날, 빵을 숨겨두고 먹겠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식탁 밑에 숨겼다가 나중에 먹을 요량이 생긴 것이다. 욕망의 끝은 있는 법인가?


“장교가 품위 없이 빵을 숨겨두고 먹어?”

불시에 식탁 밑을 급습당했고, 한 달 동안 완전군장에 구보로 취침점호를 받았다.

힘든 몇 일밤을 보내고 나니 또 슬슬 요령이 생겼다.

식사 후 남은 빵을 모아 봉투에 담아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즉각 특공대가 편성되었다.

구보의 열 중에서 특공대 한 두 명이 빠져나가 빵을 가져왔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몇 개씩 가져오니 40여 명이 구보하면서 넉넉히 먹을 정도가 되었다.

캄캄한 밤중에 군가소리 우렁찬 대열 속에서 한두 명의 이탈자는 표시도 나지 않았다.

빵을 나눠먹은 후 군가소리가 더 우렁찼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있었을까?


몰래 먹은 사과가 더 맛있는 법! 세상 그 어떤 빵맛이 그보다 더 맛있을까?

야채도 햄도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 빵맛을 음미하며, 스물넷 청춘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힘든 훈련을 꿋꿋이 견디고 빵빵한 여인네가 되어 소위계급장을 달았다.


9년 여 군 생활은 보람 있고, 내 인생에 가장 화려했던 시간이다.

군복을 입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누구보다 당당했고 패기 넘쳤고 애국심으로 충만했다.

‘부모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든 존재’ 그 존재가 바로 나였으니까...


군 생활의 소중한 경험과 군에서의 배움은 내 인생에 많은 도움과 가치관이 되었다.

지금도 당당히(?) 말한다. 다시 태어나도 난 군인이 되겠노라고!

그래서 지난 시절 보다 더 멋진 군 생활을 하며,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겠노라고....


‘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듯이, 군대도 아무나 갈 수 없다.’

대한의 자랑스러운 건아! 올해는 대한민국 건군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시간에도 조국의 산하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의 건승을 빌어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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