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다.
옛 전우의 전화번호! 얼른 전화 버튼을 누른다.
“충성! 김대위 님.” 여전히 그에게 난 김대위다.
전역한 지 이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립고 만나고 싶은 이름!
그대는 사랑했던 전우다.
마지막 근무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전설로 회자되던 바로 그곳!
인연의 시작이었다.
부부군인으로 주말. 월말부부로 생활하는 모습을 측은히(?) 여기신 윗 분들의 배려로 부부군인을
동일권역에서 근무하게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 시발점은 우리 부부였다.
후방에서 근무하던 내가 남편의 근무지를 쫓아 강원도로 전출을 간 것이다.
흰 눈이 푹푹 쌓이던 그 해 12월! 이곳이 말로만 듣던 인제. 원통이라니 막막했다.
갓 돌이 지났던 큰 아이를 맡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숙소는 부대 안에 있는 낡은 영내관사였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사관. 준사관 가족이 몇 분
있었으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에 맡기기엔 아직 어린 나이! 할 수 없이 2년은 친정 부모님께 맡겼다.
그런데 1년 후 둘째 아이가 생겼고 아이 둘을 보시기 벅찼던 부모님에게서 큰 아이만 데리고 왔다.
영내관사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근무나 훈련이 있는 날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다. 상황실에 잠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보다가 남편에게 인계하고 남편이 새벽에 부대로 가면,
아이 혼자 깨어나 울면서 전화를 했다.
참 아득하다.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못 할 것 같다.
아마 초인적인 힘으로 그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관사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근 때나 훈련 때 아이를 맡겨도 싫은 내색 없이 돌봐 주셨던 유 준위 사모님, 참 따뜻하고 고마운 분이셨다. 걱정 말고 출근하라며 미안해하는 나를 오히려 위로해 주시던 그 마음은 잊을 수가 없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몇 년 전 아들의 결혼식에 가서 얼굴을 뵙고 왔다.
자가용이 없던 내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라도 차를 갖고 와 도움을 주었던 이 준위님!
여전히 김대위로 나를 불러주며 통화한 그 주인공이다.
그분들 뿐이랴! 참으로 많은 분들의 신세를 졌고 도움을 받았다.
그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지금도 기꺼이 도움 주던 그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
온다.
그곳을 떠나온 후 20년이 넘는 동안 딱 한번 만났다. 유준위 아들의 결혼식에서..
그 후로는 전화로 안부만 묻고 만나자는 기약이 몇 년 째다.
유 준위도 이 준위는 오래전 전역을 했고 지금은 할아버지로 손자손녀 재롱 보며 지낼 것이다.
30여 년 넘게 군(軍)밖에 모르며 군대가 전부였을 분들.
따뜻한 마음 말고도 배울 것이 참으로 많았다.
정보분야 전문가로서, 업무에 정통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도와주었다.
그 덕분으로 마지막 근무지에서의 군 생활이 즐거웠던 것 같다.
골짜가 골짜기 GOP를 누비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눈에 선한 내 조국의 산하가 참으로 그립다.
함께 했던 전우들도 많이 그립고 궁금하다.
오래전에 가족 여행길에 근무했던 부대 앞, 영내관사를 지나친 적이 있다.
아이들도 어린 시절 기억이 나는지 유 준위 사모님, 이 준위 아저씨, PX에서 과자 사주던 병사 아저씨를 얘기했다.
군복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십 수년을 같이 하는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전역 후에도 오가며 정을 나누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 꼭 한 번 만나자고 약속은 했는데..
오래전 그 감사함은 무엇으로도 갚을 길이 없다.
평생에 잊지 못할 은인이고 전우다.
♬ 전우야 전우야 사랑하는 전우야
얼굴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
전우야 전우야 피로 맺은 전우야
그 누가 우리들을 여기에 불렀나
그것은 조국 그것은 겨레
그것은 우리의 조국 우리의 겨레
그것은 우리의 젊음 젊음이여라
사랑하는 전우야 ♪ 군가 '사랑하는 전우야' 중.
군 생활 동안 수백 번도 더 불렀을 군가지만, 군가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열정이 솟구친다.
당장이라도 그 시절,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피로 맺은 전우, 조국과 겨레가 불러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
군가 한 소절 같이 부르며 하나 되는 우리는 사랑하는 전우다.
오늘따라 그 시절 전우들이 그립고, 함께 군가를 부르고 싶다.
사랑했던 전우, 그대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