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본]
쇼핑백 대신『순수이성비판』
칸트의 미학으로 본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 디자인 (미학으로 푸는 브랜드 경험이 특별한 이유)
백화점에서 철학을 논하면 BX "박사"처럼 보일겁니다. (배신당했나요? 방심하지마세요, 점화효과 복습하세요!ㅎㅎ)
정말입니다. 칸트 아저씨 눈으로 보면 젠틀몬스터 매장은 그냥 안경 가게가 아닙니다.
살짝 숨은 미술관 같기도 하고, 약간 시간여행 박물관 같기도 합니다.
(칸트가 안경을 썼다면 아마 VIP 멤버십도 끊었겠지요.)
아무튼, 우리 K-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명재영의 상상력으로 칸트에게 "철학계 프리패스"를 받게 된 이유,
지금부터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겠습니다.
1. ㅂㅅ(비상)식이 감성을 깨운다: 무목적적 합목적성, 쓸모 없어 보여도 괜찮아
“목적 없는 목적”이라니, 말장난 같죠? 쉽게 말해 ‘포장마차에 샹들리에 달아놨는데 웬일로 잘 어울리는’ 그 느낌이에요. 젠틀몬스터는 안경 파는 데 딱히 도움 안 되는 괴생명체 조형물과 우주선 조명을 잔뜩 박아놨죠. 그런데 이상하게 균형이 잡혀 있어요.
사람들은 “여기 뭐 파는 곳이지?” 하면서도 사진 백 장 찍고 입꼬리 올린 채 나갑니다. 실제 내부 조사에서 방문객 10명 중 4명이 “안경? 사실 안 샀어요. 근데 전시 보러 또 올 거예요!”라더라구요(저도 그렇습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과감히 들여놓아 쓸모 있는 감정을 건진 셈이죠.
2. ㅂㅅ(반사)적으로 선험적 감성, 머리보다 감각 먼저
칸트 말로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공간·시간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예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공짜로 가진 센서입니다. ‘미(美)의 오감 센서’를 말합니다.
젠틀몬스터는 그 센서를 자극하는 데 선수예요. 매장마다 향이 다르고, 사운드트랙은 영화 OST 급이고, 조명은 살짝 꿈결 같죠. 물리학 몰라도 ‘제5차원’ 테마 매장에 들어서면 괜히 미래인이 된 기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이해하도록 설계한 덕분에, 초등학생이든 할머니든 “와…” 하고 숨이 새어나옵니다.
3. ㅂㅅ(박수)가 절로 나오도록: 형식미, 예쁜 건 그냥 예쁘다
마지막은 ‘모양이 곧 메시지’라는 얘기예요. 젠틀몬스터 안경 기억나시죠? 납작이 렌즈, 두툼한 다리, 과장된 캣아이… 얼굴에 올리는 순간 패션 화력 200% 업! 이건 시력 교정 도구를 넘어 휴대용 조각품이 됐다는 뜻이에요.
매장 연출도 마찬가지. 안경을 진열대에 얌전히 눕히지 않고, 투명 구(球) 안에 띄워놓거나 천장에 메달아 둡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기능 대신 ‘형태 그 자체가 주는 쾌감’에 집중하게 되죠. 한 설문에서 방문객 65%가 “이건 착용하는 아트워크”라고 답했다니, 형식미의 승리!
철학 한 스푼, 브랜딩 한 솥
젠틀몬스터를 칸트의 세 안경으로 들여다보니 재미있는 결론이 나와요.
무목적적 합목적성 덕에 매장은 ‘소비 공간’이 아니라 ‘발견의 놀이터’가 됐고,
선험적 감성을 건드려 누구나 즉시 몰입하게 했으며,
형식미로 제품을 “작품” 반열에 올렸죠.
결국 “안경점 코스프레하는 미술관”을 만든 셈이에요.
명재영이 BXD에게 던지는 세 가지 힌트
ㅂㅅ(비상)식이 감성을 깨운다, 쓸모없는 것을 환영하라!
계산기 위에 꽃 한 송이 올려두듯 엉뚱한 요소가 감성을 깨웁니다.
ㅂㅅ(반사)적으로 오감 회로를 직접 공략하라!
긴 설명 대신 향·빛·소리로 메시지를 전하면 국경·연령 장벽이 훅 낮아져요.
ㅂㅅ(박수)가 절로 나오도록, 형태를 이야기로 확장하라!
디자인 자체가 “우리 브랜드가 어떤 성격인지” 수다 떨게 만드세요. 그러면 고객은 기능이 아닌 세계관을 구매합니다.
맺으며
철학은 먼 산 이야기 같아도, 이렇게 보면 디자인의 GPS가 돼줘요. 칸트가 말한 아름다움의 조건을 브랜드 공간에 이식하면, 고객은 “사지 않아도 좋았던” 기억을 안고 돌아갑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좋았던 감정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지갑을 열죠.
젠틀몬스터가 증명했듯, 미학이란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잘 느끼게 하는 연출’이에요. 우리도 매대 위 숫자들 사이에 한 입 베어 문 시(詩) 한 구절, 한 모금 유머, 그리고 조금의 철학을 슬쩍 끼워넣어 보세요. 디자인이 단단해지고, 브랜드는 오래갑니다.
[좀 긴 원본 글]
칸트의 미학으로 본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 디자인
브랜드 매장에서 철학 이야기를 꺼내면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학자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쇼핑 공간도 새롭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미학 이론을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에 적용해보겠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안경 매장을 마치 예술 전시관처럼 꾸며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칸트 미학의 핵심 개념인 무목적적 합목적성, 선험적 감성, 형식미를 알아보고,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어떻게 이 개념들과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무목적적 합목적성: 목적이 없는데 목적이 있는 듯한 아름다움
먼저 무목적적 합목적성이라는 개념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목적이 없는데도 (무목적적) 합목적성, 즉 마치 어떤 목적에 맞게 잘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실용적 목표 없이도 조화롭고 의도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뜻입니다. 칸트는 우리가 어떤 대상에서 특정한 쓰임새나 목표를 찾을 수 없는데도 그 대상이 잘 짜여진 느낌을 줄 때, 거기서 미적 쾌감을 얻는다고 보았습니다. 아무 실용적인 목적이 없어도 그 자체로 “왜인지 모르게 알맞게 잘 맞춰진 듯한” 감동을 준다면,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의 조건이라는 설명입니다.
젠틀몬스터의 매장 디자인이 바로 이런 무목적적 합목적성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젠틀몬스터 매장에 들어서면 흔히 현대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안경 진열대 주변으로 거대한 조형물과 예술적인 설치물이 배치되어 있어, 공간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연출되죠. 당장 안경을 판매하는 데 직접 도움이 되는 물건들은 아니지만, 이러한 설치미술 덕분에 매장은 독특한 스토리와 분위기를 갖추게 됩니다. 고객들은 안경을 사러 왔다가 오히려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젠틀몬스터 매장을 찾는 방문객 중 약 45%는 상품 구매보다 매장의 예술적 분위기와 몰입감 때문에 방문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젠틀몬스터가 실용적 목적을 뛰어넘는 경험적 가치를 창출했고, 그 미학적 감성이 고객에게 통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선험적 감성: 태어나면서 갖는 직관적 미감(美感)
두 번째 개념은 선험적 감성입니다.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선험적이라는 말은 경험에 앞서 주어진이라는 뜻이고, 감성은 감각적 직관을 의미합니다. 즉, 경험하기 전에 이미 우리 마음속에 갖추어진 감각의 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칸트 철학에서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시간과 공간 같은 인지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의 바탕이 된다고 설명하지요.
복잡한 이론을 몰라도, 쉽게 말해 누구에게나 본능적으로 작용하는 기본 감각과 직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학에서 이 개념은 사람들이 특별한 지식이나 교육이 없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타고났다는 뜻이죠.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 디자인은 이러한 선험적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오감(五感)이 풍부하게 자극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매장마다 각기 다른 향기가 풍기고 음악이 흘러나와서 브랜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조명과 공간 연출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비일상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런 다감각적인 요소들은 고객이 머리로 따지기 전에 직관적으로 몰입하도록 도와줍니다. 어렵거나 낯선 콘셉트일지라도 감각을 통해 바로 느껴지기 때문에 누구나 공간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젠틀몬스터 매장은 종종 난해한 주제를 테마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장은 “양자 역학”이나 “제5차원”처럼 복잡한 개념을 컨셉으로 잡기도 했는데, 굳이 물리학을 몰라도 그 매장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신비롭고 미래적인 분위기는 직감적으로 이해됩니다. 이처럼 젠틀몬스터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기본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보편적으로 공감되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칸트가 말한 선험적 감성이 실제 디자인에 응용된 훌륭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형식미: 형태 그 자체의 아름다움
마지막으로 살펴볼 개념은 형식미입니다. 형식미란 말 그대로 형태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대상의 내용이나 기능보다 모양, 색깔, 구성 같은 형식 그 자체가 주는 미적 즐거움을 가리키지요. 칸트는 미적 판단을 할 때 대상의 형식, 특히 조화와 균형에 주목했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의 순수한 형태가 우리의 감각과 마음에 어울릴 때 일어난다고 본 것입니다. 쉽게 말해 “보기 좋은 형상이 주는 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형식미는 단순히 겉모습이 번지르르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실용적 목적이나 개념을 떠나 순수하게 형태가 주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젠틀몬스터의 제품과 공간 디자인에는 이러한 형식미에 대한 집중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안경 자체가 독특한 형태미를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두꺼운 검정 테, 과장된 캣아이(cat-eye) 쉐입, 비정형 렌즈 디자인 등 기존 아이웨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실루엣을 선보이죠. 안경의 기능이나 편의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젠틀몬스터는 그보다 제품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인상을 핵심 가치로 내세웁니다. 덕분에 젠틀몬스터 안경은 얼굴에 착용하는 순간 하나의 패션 오브제로서 강렬한 효과를 줍니다. 매장 디자인에서도 형식미 추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열 방식부터 남다른데, 안경을 그냥 선반에 진열하는 대신 천장에 매달거나 투명한 조각품 안에 안경을 넣어 전시하기도 합니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면 안경 한 개 한 개가 예술 작품처럼 연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형태 그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을 통해 고객은 안경을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나 패션 아이템 이상으로 특별한 미적 대상으로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한 설문에서는 젠틀몬스터 방문객의 65%가 자사의 안경을 “그 자체로 작품 같다”고 느낀다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형식미를 극대화한 디자인은 제품의 내재된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에 대한 미학적 아이덴티티를 견고하게 만들어줍니다.
철학이 주는 디자인 통찰
지금까지 칸트의 미학 개념으로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무목적적 합목적성을 통해 젠틀몬스터는 실용성 이상의 예술적 즐거움을 공간에 담아냈습니다. 선험적 감성에 통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디자인했고, 형식미에 집중함으로써 제품과 매장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부각시켰습니다. 칸트의 철학적 틀로 볼 때 젠틀몬스터의 매장은 단순히 안경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의미 있고 조화로운 형식의 경험을 파는 곳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다른 브랜드에도 유용한 교훈을 줍니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미학적 철학을 접목한 전략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몇 가지 실용적 인사이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실용을 뛰어넘는 예술성: 제품 판매 외에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면 고객의 감동과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쓸모없는 듯 보이는 요소들도 전체 브랜드 스토리에 부합하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2. 보편 감각의 활용: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각적 요소에 집중하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향기, 조명, 소리로 감정에 호소하는 연출은 브랜드 공간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어줍니다.
3. 형태미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 제품의 형태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면 그 자체로 브랜드의 상징이 됩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연출을 통해 상품을 예술 작품처럼 보여주면, 소비자는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결국 철학에서 출발한 미학적 관점이 현실의 브랜드 전략에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젠틀몬스터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칸트의 미학을 이해하면 단순히 “멋져 보이는” 디자인을 넘어, 왜 그런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기획자들에게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젠틀몬스터처럼 철학적으로 탄탄한 미학적 기반 위에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면, 고객은 그 공간과 제품에서 남다른 가치를 느끼고 더 강한 애착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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