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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Sep 18. 2021

남편이 내게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거든

서로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



퇴근길 남편이 보내온 카톡​


“꽃 사갈까?”



꽃수레 앞에서

꽃 좋아하는 나를 떠올렸을 남편

그 마음이 예쁘다.

감동이다.


“어떤 거?”


꽃을 골라보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곧 현실 감각을 되찾는다.​


“이제 곧 연휴라 집 며칠 비울 텐데…

그냥 와. 마음만 받을게…”

(앞으로 절대로 사양하지 말자)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잽싸게 핸드폰을 낚아채

답장을 보낸다.​


“그래도 사줘~ ”


 꽃을 골라 보란다. ​


‘한 단에 오천 원부터’

일단, 가격부터 확인한다. ​


그다음

집을 비웠을 때,

물갈이를 안 해줘도 괜찮을 아이를 선택한다.​


마음속은 백합!

혹은 라넌큘러스를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홀로 이쁨을 뽐내다가

우리가 귀가할 무렵에는

시든 꽃잎만 바닥에 뒹굴고 있겠지?…(탈락)

​제일 오래가는 거!


“국화로 사다 줘”



퇴근한 남편의 손에

국화 한 다발이 들려 있다.

꽃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에게 뽀뽀를 해준다. ^^

(기분이 좋긴 좋구나)






식탁에도

거실에도

가을이 왔다.​


국화 한 다발에

우리 집에도

가을을 들였다.​


하지만 왠지 아쉽다.

기왕 사 오는 거

마음에 꼭 드는 것으로

사 오라고 할 걸…​


그 많은 꽃 중에

난 백합이 좋다고,

내 취향은

국화보다 라넌큘러스라고

콕 집어 말할 걸…



나의 아내는

꽃을 좋아합니다.


가을 국화보다

백합을 좋아하고요.


 여리여리한 꽃잎의

 라넌큘러스를 좋아합니다.


그랬더라면,

남편은 자기 손에 들린 그 꽃이 바로

당신 아내의 취향이란 것을

확실히 알았을 텐데…





다음 날 아침

국화꽃을 바라보며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다.

지금이라도 알려줘야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취향이 무엇인지

말해야겠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제 알았지?

당신의 아내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앞으로 나도

남편에게 종종 물어봐야겠다.


“당신은 어느 것이 더 맘에 들어?”


“뭘 더 좋아해?”


하고 말이다.


취향을 확실히 안다는 것

그 취향을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것

상대의 호의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


이 또한 지혜일 테니까…

자꾸자꾸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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