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 혜은 Apr 21. 2020

프로답게 일하는 법

오늘도 그는 또 묻는다.

"어디 가세요?"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늘도 그는 또 묻는다.


둘째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차단기가 있다.
내려진 차단기 앞에서 경비 아저씨가 나오실 때까지  기다야 한다.  아저씨는 차량 번호를 적고 목적를 확인한 뒤에야 입장을 허가한다.


 당연한 절차이지만.  매일 아침마다 내려진 차단기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 당연한 절차가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졌다.

"매일  확인하기 번거로운데 어린이집 학부형 차량 번호를 따로 적어두시면 어떨까요?"

권유도 해봤다.
하지만 그렇게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입구를 관리하시는 분은 두 분이다.  두 분의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A아저씨는  어떤 날은 차단기가 확인 절차 없이 올라가곤 하는데, A 아저씨가 비번일 경우이다.

오늘도, 입구에서 차단기가 올라가기까지 기다렸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어린이집이요~" 하고 말한다.

아저씨는 특유의 머쓱한 웃음을 지으면서 차단기를 올려주신다.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림이 귀찮거나 짜증 나지 않는다.
A 아저씨는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는 아침마다 창문을 내리고
"어린이집 가요."라는 멘트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아저씨는 방문자를 확인하고 외부차량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을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는 그의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  A 아저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귀찮은 일이지만 상대의 입장에서는 꼭 해야만 하는 절차일 수 있다.

문득 지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이런 것쯤은 괜찮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충 넘어갔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왠지 A 아저씨는 차량 관리뿐 아니라 다른 일도 책임감 있게 잘하는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별하는 기준은 별것 없다. 진짜 프로는 작은 일에도 프로답게 임한다.

나는 그동안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작은 일도 소홀히 대하지 말고 성의를 다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2019년 8월 작가의 서랍에만 잠들어 있던 글을 깨우다


작가의 이전글 시누이 밥상을 차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