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것
퇴근길 남편이 보내온 카톡
“꽃 사갈까?”
꽃수레 앞에서
꽃 좋아하는 나를 떠올렸을 남편
그 마음이 예쁘다.
감동이다.
“어떤 거?”
꽃을 골라보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곧 현실 감각을 되찾는다.
“이제 곧 연휴라 집 며칠 비울 텐데…
그냥 와. 마음만 받을게…”
(앞으로 절대로 사양하지 말자)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잽싸게 핸드폰을 낚아채
답장을 보낸다.
“그래도 사줘~ ”
꽃을 골라 보란다.
‘한 단에 오천 원부터’
일단, 가격부터 확인한다.
그다음
집을 비웠을 때,
물갈이를 안 해줘도 괜찮을 아이를 선택한다.
마음속은 백합!
혹은 라넌큘러스를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홀로 이쁨을 뽐내다가
우리가 귀가할 무렵에는
시든 꽃잎만 바닥에 뒹굴고 있겠지?…(탈락)
제일 오래가는 거!
“국화로 사다 줘”
퇴근한 남편의 손에
국화 한 다발이 들려 있다.
꽃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남편에게 뽀뽀를 해준다. ^^
(기분이 좋긴 좋구나)
식탁에도
거실에도
가을이 왔다.
국화 한 다발에
우리 집에도
가을을 들였다.
하지만 왠지 아쉽다.
기왕 사 오는 거
마음에 꼭 드는 것으로
사 오라고 할 걸…
그 많은 꽃 중에
난 백합이 좋다고,
내 취향은
국화보다 라넌큘러스라고
콕 집어 말할 걸…
나의 아내는
꽃을 좋아합니다.
가을 국화보다
백합을 좋아하고요.
여리여리한 꽃잎의
라넌큘러스를 좋아합니다.
그랬더라면,
남편은 자기 손에 들린 그 꽃이 바로
당신 아내의 취향이란 것을
확실히 알았을 텐데…
다음 날 아침
국화꽃을 바라보며
남편에게 카톡을 보낸다.
지금이라도 알려줘야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취향이 무엇인지
말해야겠다.
물론,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제 알았지?
당신의 아내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말이야.
앞으로 나도
남편에게 종종 물어봐야겠다.
“당신은 어느 것이 더 맘에 들어?”
“뭘 더 좋아해?”
하고 말이다.
취향을 확실히 안다는 것
그 취향을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것
상대의 호의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
이 또한 지혜일 테니까…
자꾸자꾸 연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