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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Feb 15. 2022

취향을 반영한 집에 산다는 것

내 집을 갖고 생긴 행복 1

취향을 반영한 집에 산다는 것


 2015년, 세 번째 전셋집을 끝으로 드디어 내 집에 입주하였다. 내 집이 생기고 가장 좋았던 것은 '내 공간'이 주는 '자유'였다. 2년마다 이사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전세금 인상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자유였다.


  집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사촌 오빠가 꾸며주었다. 레스토랑과 카페 인테리어가 전문인 오빠가 선뜻 우리  공사를 맡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덕분에 나의  집은 정말 근사하게 변신했다.

 공사를 위해 오빠와 회의를 하고 원하는 집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다. 전체적인 집의 느낌과 이미지, 방문과 중문 디자인, 싱크대와 가구, 벽지와 바닥재 그리고 타일의 소재, 톤, 질감 등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미지들을 꺼내고 그려보는 시간들은 전에 없던 큰 기쁨이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닥과 부엌이었다. 예산 문제로 바닥재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빠가 선뜻 이렇게 말해주었다.


"원목 바닥은 강마루나 강화마루와 차원이 달라. 고급스러움을 완성하는 것이 바닥재야. 꼭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안 그러면 계속 후회한다. 예산에 맞춰줄 테니 원하는 느낌을 이야기해봐."


"오빠, 마무를 헤링본 무늬로 하고 싶어."


"원목 바닥에 헤링본 무늬 정말 이쁘지?"


"그런데 예산도 문제고, 23평 집에 해도 괜찮을까? 좁아 보이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인터레어 잡지와 온라인 카페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헤링본 마루 시공은 최소 30평 이상 집에 권장한다고 씌어 있었다.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 의견이 뭐가 중요하니? 집이 좁아서 안 어울린다기보다 헤링본 시공 자체가 비싸니까 잘 안 하지. 오크로 너무 진하지 않게 빼면 답답한 느낌 없이 자연스럽고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소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오빠 말이 맞았다. 원목 마루가 주는 촉감은 인위적 가공을 거친 강마루나 강화마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맨발에 닿을 때 느껴지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촉에 마무를 걸을 때마다 행복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다소 저렴한 강화마루를 시공했는데 원목 마루가 주는 감촉이 늘 그립다. (역시 마음에 드는 것은 꼭 해야만 후회가 없다. 비용 때문에 결정을 미루지 말자.)

포근한 감촉이 좋았던 원목마루


  그동안 인테리어는 지극히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5,000 원을 들여 수리했어도 집을   시세보다 5,000 원만큼  받고  수는 없다. 아낄  있다면  비용도 아끼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집을 팔아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정성을 들여 수리한 집은 다른 사람들도 알아본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집주인이  사람은 알아본다. 집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집은 개성이 된다.    이런 집은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도  주인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을 끌어당긴다. 내가 우리 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에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도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취향이 반영된 집은 그곳에 사는 내내 만족감을 준다. 내가 사는 곳에 어느 한 귀퉁이라도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이것이 취향이 반영된 집에 사는 행복이다.


우리집 트레이드마크 원목 싱크대


 두 번째 집수리 과정을 거치며 내 취향을 좀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자연 그대로의 질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재질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촉감과 온도의 차이를 구별할 만큼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정남향보다 오후 내내 깊이 들어오는 남서향을 더 좋아하는 것도, 반짝이고 화려한 느낌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선호한다는 것도 모두 내 집을 소유하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집을 통해 나란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아가게 된다. 이 또한 내 집이 주는 행복 중 하나이다.


그레이와 원목이 조화로웠던 집



정남향, 무조건 좋은 것일까?


 취향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흔히 '정남향이 최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생각일 뿐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집의 향을 고를 때도 가족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취향까지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일수록 집의 '향'은 매우 중요하다. 기왕이면 더 큰 만족과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기호와 선호를 반영하는 집을 찾기를 권한다.


 사실 '' 중요성도  집이 생기고 나서야  되었다. 결혼 전에 부모님과 살던 집은 정남향이었다.  시절에는 '부모님 '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고, 신혼 초에 살던 집은 '전셋집'이라 관심이 없었다.   ' ' 아니었기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내 집이 생긴 후부터 달라졌다. 집의 '향'에도 취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첫 집은 남서향이고, 지금 사는 집은 정남향인데 내게는 남서향 집이 정남향 집보다 더 잘 맞았다.

 남서향은 오후 1~5시 사이 해가 깊숙이 들어온다. 정오를 지나 해가 지기 전까지 고도의 변화에 따른 해의 양과 색감, 온도가 다르다. 이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집이 남서향 집이다.

 남서향에 살다가 정남향 집으로 이사 왔을 때, '남향인데 왜 이리 어둡지? 앞을 가리는 건물도 없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어두운 거야?라는 의문이 들었다. 해가 깊이 들어오는 남서향 집에 익숙해 있다가 온종일 은은하게 밝은 정남향의 태양 빛이 어둡게 느껴진 것이다.

 사계절을 모두 지내고 나서야 정남향 집의 장점을 이해했다. 온종일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남향 집의 특징이다. 해의 기운이 일정하게 머무는 집이라고 할까? 반면 남서향 집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양이 다르다. 나는 드라마틱한 빛의 변화를 즐겼다.  물론 하루 종일 햇살이 머무는 남향집은 최고의 장점이다. 하지만 내 취향은 남향보다 남서향이다.

 

 동향집에도 살아봤다. 신혼  살았던 집은 동향이었다. 맞벌이하던 우리 부부에게 동향집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동향은 해가 일찍 뜨고, 저녁에 반대편 창으로 지는 해를   있다. 그때 내가 동향집을 좋아했던 것은, 서쪽을 향해  있던  덕분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서쪽 창을 통해 쏟아지는 석양이 주방 깊숙이 들어왔다. 하루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석양에 물든 주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이 내겐  기쁨이었다.

 맞벌이 신혼부부라면 동향집도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남향을 끼고 있는 집을 추천한다.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야 기운이 난다. 집에 가족이 가장 많이 머무는 시간과 해가 머무는 시간이 일치할  있다면 집의 만족도는  커진다.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 생각한다. 집과 주인의 에너지가  맞으면 맞을수록 사람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느낀다.

 좋은 집, 나쁜 집의 구분이 별것인가? 내 집에서 기쁨과 행복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집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해의 방향과 고도의 변화까지 모두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향'은 집을 선택하는 데 꽤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내 집을 갖고 생긴 행복 세 가지


1 취향을 반영한 집에 사는 기쁨
2 진짜 이웃이 생기다
3 돈을 움직이는 힘이 생기다

 제가 느낀 세 가지 행복 중 첫 번째 행복, 취향을 반영한 집에 사는 기쁨에 대해서 포스팅해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집을 샀을 때는 집값 상승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저 내 취향껏 꾸민 집에서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음에 감사한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집은, 이런 기쁨 말고도 여러 가지 행복을 선사해 줍니다. 세입자로 살았을 때는 2년 뒤에 떠나게될 집, 잠시 머무르는 임시 거처라는 생각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집이 생기자 현관문을 나서면 만나게 되는 모두가 나의 '이웃'이 되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놀이터에서, 단지  상가에서 만나는 아파트 주민, 경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관리실 직원들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아파트 주변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아파트 행정 소식에도 관심이 생기고요.  ' ' 이웃 간의 유대와 소속감을 느끼게  주었답니다.


그중 가장 놀라운 변화는 돈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우리  가격이 얼마나 될까?" 그동안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집값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물음이 나의 뇌를 깨웠고 저는 새로운 시각에서 집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게 던져진  물음 덕분에 그날 이후 집값을 추적 관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집값이 움직이는 원리를 깨우치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죠.


"아! 집이 돈이 될 수 있구나."




 이 사실을 깨닫자, 내가 해야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이너스만 기록하던 은행 P.B센터를 손절하고, 돈을 모두 회수합니다. 이제야 내 판단, 내 선택에 의해 돈을 움직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지요. 그동안 줏대 없이 흔들리던 내가 드디어 돈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나의 첫 집 덕분에요. ^^


 첫집은 저를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준 고마운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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