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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Oct 18. 2022

독일 포르치니 버섯 맛 좀 보셔요!

한 시간이면 한 바구니 가득 주워요!

수렵 채취의 피를 물려 받았는지 나와 방만구 씨는 여름과 가을이 되면 바구니를 들고 먹거리를 채집하러 다닌다.(채취는 그렇다 치고, 수렵에 대해서는 그닥...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활과 화살을 구입하기는 했으나 그것에 맞아줄 토끼가 있을지...)여름엔 복분자 딸기를 가득 따서 먹었고 가을에 접어 들면서는 호두와 버섯을 따러 다닌다. 그중에서도 재미난 것은 포르치니 버섯 따기이다. 은 소나무 숲에서 주로 자라는데 솔방울이나 낙엽색깔과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잖다. 그렇기에 하나를 발견하면 보물을 발견한 양 반갑다.


우리의 버섯따기는 근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함부르크에서 살 적,  버섯에 대해 하나 아는 것 없이 버섯사전만 한 권 달랑 들고 숲을 찾았는데 도무지 버섯들이 비슷하게 생겨서 뭐가 식용버섯인지 뭐가 독버섯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엉뚱한 버섯만 가득 따고 있었던 중, 한 어르신이 자신의 바구니에 든 포르치니 버섯을 꺼내 보이며,


이것들 죄다 버리고 요렇게 생긴 것만 따게나. 돌버섯(Steinpilz) 이라네.



하였다. 그것이 포르치니 버섯이었다. 나는 지금껏 이 버섯이 한국의 송이버섯인 줄 알고 먹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글을 쓰면서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포르치니 버섯은 송이버섯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소나무 숲에서 자란다는 점, 인공재배가 어렵다는 점,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는 점. 포르치니 버섯은 트러플(송로버섯) 만큼이나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데 그런 이유로 나는 주말시장에 나온 포르치니 버섯을 구경만 했을 뿐 사먹어볼 엄두를 내진 못했다.


포르치니는 생긴 것이 독보적이므로 다른 버섯과 혼동할 일이 없어 비교적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버섯 채집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버섯이란게 먹는 재미만큼이나 따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을이면 례행사로 버섯을 따러 다녔는데 프랑크푸르트로 이사온 후에는 도무지 숲에서 포르치니 버섯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집 근처의 타우누스 산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건만 늘 허탕이었다. 자주 보이는 거라곤 요렇게 생긴 버섯만이...


이 버섯은 먹을 수 있으며 마늘과 비슷한 향기가 난다고 한다. 용기가 없어 맛을 보진 못했다.
양송이처럼 생겼지만 양송이가 아니다.

2주전에도 타우누스를 뒤지고 다니며 헛고생을 하다가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여긴 포르치니 버섯 없어. Spessart 숲으로 가게나.


이러는 거였다.


Spessart 숲 어디요?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물어본들 어떤 대답을 기대하겠나. 숲에 팻말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어르신은 이런 대답을 하셨을지도...


샘터에서 백여섯 번째 소나무를 돌아 왼쪽으로 이백 미터정도 가면 오두막이 하나 나온다네. 그 오두막에 숨어서 기다리면 정오쯤에 곰이 한 마리 나오지. 곰을 따라 큰 바위까지만 가게나. 그러면 버섯을 한 가득 주울 수 일을 걸세.


 어쨌든 거기가서 무슨 수로 포르치니 버섯을 찾는담... 멀기도 하고... 하며 불평을 하면서도 우리는 가을이 가기전에 포르치니를 맛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숲으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숲에 나무 반 버섯 반 이라고까지 뻥을 치진 않겠지만 한 시간 돌아다니며 주우면 한 가족이 실컷 먹을 만큼의 버섯을 딸 수는 있었다.


버섯이 자라는 곳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 바닥이 푹신푹신하며 축축한 곳,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다. 10월 중순이 지나면 버섯이 더이상 신선하지 않고 맛도 없다.


포르치니 버섯이 자라는 Spessart 숲
보라! 영롱한 빛깔의 포르치니 버섯을! 한국송이버섯보다 크기가 크다. 아주 큰놈은 머리가 어른 주먹만하다.
버섯은 떼를지어 자라므로 하나를 찾았다면 그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몇 개 더 발견할 수 있다.

돌아 다니다 보니 벌레먹은 버섯도 꽤 많았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사람에게 맛있는 것은 동물에게도 맛있다. 사람에게 독이 되는 것은 동물에게도 독이 된다.  그러니 벌레먹은 과일이나 야채는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건 순전히 나의 추측이지만.


벌레먹은 버섯. 버섯아 아프니? 혹시 두통?

우리는 한 바구니 가득 따고 숲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여러 종류의 버섯들을 보았는데 궁금증이 생겨 버섯의 효능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일말로 Fliegenpilz라고 불리는 독버섯. 누가봐도 독버섯!
왕밤빵 왕밤빵 왕밤빵 처럼 생긴 버섯.
겉모습으로 봐선 먹을 수 있는 버섯처럼 생겼는데 과연... 나뭇가지에 한 가득 붙어 있었다.
소똥구리는 평생 살아봐야 소 한마리 지나가지 않는 숲에서 영차영차 바삐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설레는 가슴을 부여앉고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의 요리는 포으치니 버섯에 곁들인 스테이크와 감자볼. 마늘과 소금을 넣고 달달 볶아 포도주를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너무 맛있어서 쫄깃한 버섯의 맛이 아직도 혀끝에 맴도는 듯하다.



앞에서  사람에게 맛있는 것은 벌레에게도 맛있을 거라고 가정을 해 보았는데 그러면 혹시 벌레가 먹을 수 있는 건 사람도 먹을 수 있을까? 우리 동네 풀밭에 아래의 풀이 지천이다. 군데군데 벌레먹은 자국이 여럿 남아 있는데 이거 혹시 사람도 먹을 수 있을까? 있다면 이 놈을 따다가 쌈을 사먹거나 겉절이를 좀 해먹었으면 싶다.


혹시 이 배추에 대해 아시는 분, 제보바란다.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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