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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Nov 19. 2023

23년 4월, 인생 첫 네일숍 방문!

다채로운 나와 내 삶을 위하여 4

   나는 손톱을 짧게 깎는 것을 선호한다.


   길면 걸리적거리고 손톱 밑에 끼는 이물질도 신경 쓰이고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손톱을 자주 잘랐고 손톱 치장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쯤은 손톱관리를 받아보고 싶었다. 귀찮은 일을 누군가 대신해 주는 일은 당연히 땡큐다. 근데 그게 또 맨질맨질해지고 뽀송뽀송해지는 일이라면 왠지 더 하고 싶게 만드는 충동이 있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사실 손톱관리를 꼭 이번 달에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건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지난달, 수영을 배워보고 싶어서 수강신청에 도전했다가 대차게 실패하고, 4월에는 딱히 무엇을 해봐야겠다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미리 적어둔 리스트 중에 비교적 빨리 해치울 수 있는 것을 골라봤다. 품도 적게 들고, 예약만 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손톱관리는 내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저 상상만 했던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을 고려해서 내가 나의 관리를 디자인해야 했다.

   컬러만 할지, 젤로 할지, 그라데이션을 넣을지, 프렌치(이건 아직도 모르겠다)를 할지, 큐빅을 넣을지, 아니면 케어만 할지를 골라야 했다. 심지어 손톱을 연장도 할 수 있었고, 랩핑도 가능했으며, 어린이 케어도 있었다! 이리도 손톱관리에 세계가 넓었다니, 정말 새로움의 끝이었다.


   무수한 선택지 중에 나는 시도에 의의를 두고 결국 케어만 하는 것을 선택했다. 젤네일을 해볼까도 고민해 봤지만, 젤을 제거하는 것에도 돈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고 생각보다 무겁다는 후기를 접해서 약간 부담스러웠다.

   그냥 경험인데 굳이 본격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나 해서, 일단 케어만 예약을 하고, 예약 당일이 되었다.




   퇴근을 하고 부리나케 네일숍으로 달려갔다. 네일숍은 생각보다 작고 경계랄 게 없었다. 여기서 경계라 함은, 어디가 가게이고 쇼핑몰 복도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복도 구석에 냅다 네일숍이 있는 느낌이었다. 놀랍도다, 이것이 손톱관리의 세계인가. 모두가 이런 곳에서 삐까뻔적하고 영롱한 손톱을 장착하는 것인가.

   어색하게 선생님들 중 한 분께 예약시간을 말했더니, 식사를 하시던 걸 황급히 멈추시더니 내게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개인사업자는 식사도 제때 못한다. 슬프다.

   “케어만 하시는 거 맞으시죠?” 관리사 선생님은 예약내용을 한번 더 확인하시더니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셨다. “라운드로 해드려요, 스퀘어로 해드려요?” 아직도 선택지가 남아있었다니..

   스, 스퀘어요..?

   어색한 나의 대답에도 관리사님은 프로의 얼굴로 손톱을 갈아내셨다. 마치 도를 닦는 스님과도 같은 경건한 무념무상의 태도였다. 하얀 눈처럼 갈려나가는 나의 단백질을 보면서 나는 그간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기로 했다.


   “주로 어떤 분들이 관리받으러 많이 오세요?”

   막연히 여성 분들이 많이 오실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 대답은 놀라웠다. “영업하시는 분들도 자주 오시고, 쇼호스트 분들이나 손 노출이 많은 직업에 계신 분들이 자주 오시는 것 같아요.” 오, 영업직. 생각지도 못했다. 영업을 할 때는 1초의 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할 때가 많으니까, 아주 합리적인 관리였다.

   “남자분들도 받으세요?”

   “그럼요.” 색을 칠하는 건 아니어도 내가 지금 받고 있는 케어는 꽤 자주 오신다고 했다. 아마도 영업직일 거라 예상된다. 생각보다 손톱이 인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젤 받으면 얼마나 가요?”

   대개 한 달 정도이지만, 어떤 관리사가 관리하느냐 젤네일의 종류가 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하셨다.

   “케어는 얼마 주기로 받아야 돼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야 거스러미 관리가 된다. 자리가 잡히면 그 후로는 한 달에 한 번씩 와도 된다고 하셨다.


   이것저것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대답을 해주시면서, 가끔 나에게 관리사님께서 새로운 선택지를 나에게 주셨다. “길이 마음에 드세요? 수정해 드릴까요?”, “영양제 발라드릴 건데, 매니큐어 타입으로 발라드려요, 아니면 오일 타입으로 발라드려요?”, “온찜질해 드릴까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디테일한 선택지가 많다니, 놀랍다.



   그렇게 나의 인생 첫 손톱관리가 끝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그냥 매끈한 손톱 같은데, 많은 노고가 숨어있다고 생각하니 참 기분이 묘했다. 관리사님께서 처음 받으면 피도 나고 그러는데, 나는 피는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도 말씀하셨다. 피, 피도 나는구나. 꽤나 어려운 작업이었네?

   솔직히 한 번의 시도로 그칠 것이 분명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실들도 알고 내 편견도 깰 수 있어서 재밌는 시간이었다. 이런 시답지 않은 것들을 시도해 보면서 내 호기심도 충족하고 활기도 얻고 계속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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