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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an 08. 2024

23년 5월, 수영인이 되었다

다채로운 나와 내 삶을 위하여 5

   수영을 결심하고 수강신청을 하고 수영을 하면서 내내 쓴 글을 쭉 다시 읽어보았다. 정말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ulgogi-project


   수강신청 성공에 기뻐하고, 첫날의 힘듦에 충격 받고, 맘처럼 되지 않음에 답답해하고, 처음 킥판을 잃었을 때 무서워하고 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귀엽게만 느껴진다. 처음에는 물과 친해지고자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나 진심이 되어버린 것에 새삼 놀랍다.

   나는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물과 친하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물도 나를 친하게 생각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그래도 물이 나를 받아들여주긴 한 것 같아서 맘이 편하다.


   체력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늘었다. 폐활량도 덩달아 늘었다. 이제는 강사님의 설명이 이해가 되고, 수영의 원리와 알고리즘을 확실히 이해했다. 물론 아직 몸이 못 따라주기는 한다. 아직 ‘호흡이 트인다’는 말은 체감하지 못했지만, 물살을 가르는 느낌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안다.

   더 이상 답답하고 무서워서 울컥해하지 않는다. 물속에서 남몰래 우는 일도 전혀 없다. 물속에 있는 나는 조금 힘에 부칠 뿐이지, 행복 그 자체다. 다른 잡생각 없이 오직 물에 뛰어들고 싶다는 심정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벅차다.

   이제는 수영을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아주 간단한 수영의 원리는 설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처음 자유수영을 나갈 때 거기에 있던 사람들에게 ‘취미에도 근면하다니 대단하다, 한국사람..’하며 고개를 내저었던 내가 한심하다. 그저 수영이 그만큼 재밌어서 자유수영을 자의로 나오고 싶을 만큼 매력을 가진 운동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음에 통탄스러울 뿐이다. 이제라도 만난 것이 어딘가. 지금부터라도 인연을 시작하면 그뿐이다.



   수영을 시작하고 분명 나는 수영을 통해 힐링을 받고 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수영장에 딱 들어가면 물이 나를 감싸온다. 그 적당한 무게감이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물에 떠서 물을 잡고 밀면, 그 물결을 타고, 물살을 가른다. 그 모든 감각이 물속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각들이여서 너무도 소중하다.

   그 전까지 실감한 적 없는 단어들을 내가 내 몸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물을 잡는다. 물을 민다. 물을 탄다. 물을 가른다. 정말 물이 아니면 몰랐을 언어이다.

   물속에 있으면 핸드폰도 없고 음악도 없고 걱정도 없고, 오직 나와 물만 존재하는 그 고요한 든든함이 나를 북돋아준다. 물 표면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멍을 때리며 숨을 몰아쉬고,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물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여러모로 수영은 인생운동이다. 물이 나를 안아주고, 수영이 나를 날게 하고 있다. 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찝찝한 기분은 없고, 물속에서 오롯이 나를 느끼며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운동이 이리도 자아효능감과 자존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니, 감탄스럽다. 모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운동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하며 위로받고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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