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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지 Jan 17. 2024

23년 6월, 드디어 장기기증 등록완료

다채로운 나와 내 삶을 위하여 6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무(無)로 돌아가는 것. 이 건강한 몸뚱이가 흙에 묻혀 무쓸모가 되느니, 꼭 필요한 누군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참 가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무엇이던 시작이 어려운 법. 장기기증이라는 것이, 마음을 굳게 먹고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이렇게 괜히 두근반 세근반 하게 되는 일인 줄 몰랐다.

   그런데 결국 실행에 옮기니 별일이 아니었다.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아니 간단함을 넘어서는 정도의 쉽고 빠름이었다.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이트https://www.konos.go.kr/에 접속해서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진짜 클릭 한 번이면 신청할 수 있다.

   나도 해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장기기증이라는 것이 종류가 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세세하게 선택해서 기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아무래도 각자가 생각하는 기증의 정도가 다른 것에 대해 그에 걸맞게 정도의 차이를 둔 것이겠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이트에 따르면, 기증의 종류는 크게 ‘(1) 장기기증, (2) 인체조직 기증, (3) 조혈모세포 기증’로 세 종류가 있다. 먼저 장기기증은 흔하게 상상 가능한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소장, 췌도, 안구, 골수, 말초혈, 손·팔, 발·다리 등’ 등을 기증하게 되는 것이고, 뇌사 기증, 사후 안구기증 등등의 기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둘째로 인체조직 기증은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장막 등 11종의 인체조직’을 기증하는 것이고, 즉시 이식해야 하는 장기기증과는 다르게, 가공 및 보관(최장 5년)을 거쳐 이식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체조직 기증의 놀라운 점은 한 사람의 기증으로 최대 100여 명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기증은 최대 9명이라는 점에서 100이라는 숫자는 실로 놀라운 숫자이다.


   마지막 조혈모세포 기증은 쉽게 말하면 ‘골수’ 기증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접할 수 있었던 그 골수 기증. 조혈모세포는 정상인의 혈액 중 약 1% 정도에 해당되며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원조가 되는 어머니 세포를 말한다고 한다. 기증자의 골수나 말초혈 조혈모세포는 기증 후 2-3주 이내에는 기증 전 상태로 원상회복이 가능하므로 기증자의 혈액세포 생성능력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많이 생소하지만, 이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이 필요한 이유는 조혈모세포의 조직적 합성 항원 일치 확률은,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 합성 항원형(HLA type)이 일치하여야 하는데, 환자와 기증자 간 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부모와 자식 간 5% 이내, 형제자매 간 25% 이내, 타인 간 일치할 확률은 수천에서 수만 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기증자가 등록되어 있어야 환자가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을 등록하게 되면, 장제비와 진료비가 지급되기도 하고 골수와 말초혈 기증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유급휴가 보상금 같은 것도 있다고 하니 알아두면 유익할 것 같다.

   사실 모두가 장기기증을 꺼리는 이유는 유족 때문일 것이라 예상된다. 죽었지만 온전한 몸뚱이 이기를 바라는 부모님 또는 가족들의 의지(?)가 발현된 까닭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이런 효녀 효자를 위해 ‘기증자 가족지원’도 운영되고 있단다.(이리도 사려 깊고 따듯하고 든든한 지원제도라니, 정말 마음이 벅차오른다)


   기증 과정 중에는 기증지지상담, 동행지원, 위에 잠깐 언급했듯이 장제지원과 근조화환을 제공한다고 한다. 기증 후에는 심리상담과 사회경제적 계획 수립, 도서지원 서비스도 있고, 가족이 요청 시에 기증자 앨범(액자)도 제공된다. 나는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마음이 놓이고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바로 “기증자 유가족 모임”이다. 물론 호불호가 있겠지만, 같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이나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이 제도는 꼭 내 가족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직접 방문등록으로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더 묻고 설명을 들으면서 기증을 등록하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방문상담을 원하는 기증지원자들이 줄면서 각 병원의 기증등록 관련 상담절차가 흐지부지된 상태였다. (23년 6월까지는 그랬다.)

   대략 이런 식이었다. 분명 상담이 가능한 지정병원인데, 담당부서가 스스로 담당임을 모른다거나 혹은 기증 관련 교육을 받지 못해서 본인도 설명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던가. 솔직히 난감하긴 했다. 선한 마음으로 기증을 희망했던 내가 적절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그냥 띡 신청하고 뇌리 속에서 잊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차저차해서 우편으로 추가 자료를 전달받아 궁금증은 해소되었다만, 하루빨리 더 좋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뇌사 기증의 형태로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이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다. 등록 그 자체는 정말 손쉬운 절차였지만, 기증을 결심하고 내용을 공부하고 이해하고 침을 꿀꺽 삼키며 신청 버튼을 클릭하기 까지가 참 지난한 과정이었다.

   뭔가 삶과 생, 목숨과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굉장히 별 것의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묵직함이 있는 일인 것 같다, 장기기증이라는 것.


   그리고 며칠 뒤에 영롱한 우편이 도착했다. 기증 내용이 적힌 카드와 스티커와 팸플릿이 들어있었다. 장기기증 등록자 스티커를 주민등록증에 붙이니 더더욱 기증등록이 실감 나는 것 같아 마음이 이상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니, 장기기증 관련해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들은 잠깐 시간을 내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사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위에 기증 관련 정보는 모두 이 사이트의 정보를 활용한 것이니, 추가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대표번호로 전화해 보시길.(나도 많이 했다.ㅎ)


   이 글을 보고 한 명이라도 더 기증등록을 신청하게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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