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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거닐다 Mar 18. 2020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

<논어>에서 발견한 지혜

신천지가 집단 발병의 근원이 되면서 신천지뿐 아니라 사이비 종교,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맹목적인 종교성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집단 발병이 터졌다 하면 종교단체인 경우가 많고, 납득하기 어려운 비이성적인 행동이 밝혀진다.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사이비 종교가 많냐고 물어왔다. 우리나라에만 유독 사이비 종교가 득세하고 있는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이 실존적 주체로서 서 있지 못해서가 아닐까란 대답을 했었다.


사이비 종교가 우리나라에만 유독 득세하는 것인지는 팩트 체크를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인지부조화 이론'의 창시자인 심리학자 페스팅거의 시초 연구가 사이비 종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도 떠오르기에 타 문화나 타 국가에서도 종종 문제가 되는 현상이기는 하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나타난 한국의 종교성은 특이할만하다.


더해서 주목할만한 것이 가짜 뉴스의 전파인데, 최근에 이 가짜 뉴스에 치를 떨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내가 아끼는 후배가 교류하고 있는 집단에 박사들이 많은데, 그 후배와 대화를 해보니 그곳이 이상한 가짜 뉴스 전파의 온상지였다. 그 후배가 나에게 전달한 이야기 때문에 기가 막혀 나는 가짜 뉴스를 확인해보게 되었고 모든 것이 출처가 불분명한 또는 왜곡된 이야기들이었다. 어이가 없는 것은 굉장히 좋은 학교에서 (내가 좋은 학교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논문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전제를 달기 위해서이다) 박사 논문에 SCI급 저널에 논문 게재를 한 사람들이 그런 가짜 뉴스에 속는 것뿐 아니라 전파의 주체가 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팩트에 근거한 증거만을 기반으로 설명을 하고, 철저한 검증 후 근거가 없는 가설은  기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추후 다른 근거가 발견되어 다시 그 가설을 ''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거기 빠지는 사람들이 배움이 짧거나 일이나 일상에서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사이비(似而非)'의 정의는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사이비가 종교에 많이 붙어 쓰이는 말이지만, 가짜 뉴스도 이 정의에 따르면 '사이비 뉴스'인 것이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심리나 가짜 뉴스에 빠지는 심리나 공통적일 수 있겠다 싶다.

이 심리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며칠 전 다시 꺼내 읽은 <논어>에서 무릎을 탁 친 구절이 있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맹목적이 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해석은 더 확장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보편적으로 해석되는 의미이다.


아마도 종교든 뉴스든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학이불사, 사이불학'하기 때문인 듯하다. 더해서 유독 한국이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뉴스가 득세하는 거라면, 이런 행태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겠다 싶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학(學)하면서 사(思)하고, 사(思)하면서 학(學)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친구에게 말했던 실존적 주체로 제대로 서있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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