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 달 반 전쯤 꽃시장에서 여인초를 사다 빈 화분에 심었다. 그 과정에서 잎사귀가 새로 나오는 과정이 신통방통해 사진을 찍어 기록해두었다. 이 여인초는 돌돌돌 말렸던 종이가 스르르 풀리듯 신기하게 새 잎사귀를 펼쳐냈다. 한동안은 잎사귀가 얼마나 나왔나 기대하며 설레며, 출근하는 게 소소한 낙이었을 정도로 기쁨을 선사했던 과정을 옮겨본다.
분갈이하던 날 (2020.4.19)
가운데에서 새잎이 돋아나는 (아니, 풀리는) 과정
새로 나온 잎은 엄청 자라서 기존의 잎보다 더 크게 성장했다. 누가 너를 신생아 잎이라 알겠니?
2020.6.2.
여인초의 새로 돋아나는 잎사귀를 관찰하면서 다른 식물들의 잎사귀 탄생 과정도 떠올랐다.
첫 번째로 언제나 녹색 녹색을 선사해주는 우리 사무실의 기둥! 녹보수. 3년 전 개업할 때 받은 화분인데, 큰 규모의 사무실에서 작은 사무실로 이전해오면서 나머지는 집으로 옮기고, 새로운 사무실로 특별히 간택되어 온 화분이다. 이 녀석도 잊을만하면 꼬물꼬물 새순을 틔우며 기쁨을 준다.
녹보수의 새순이 돋아나는 과정
예전 사무실에서의 모습이지만, 더 자라면 요렇게~
녹색 녹색을 뽐 배는 녹보수
또 다른 신통방통한 친구. 선인장. 이 아이는 사무실 이전할 때 선배님 중 한 분이 기념으로 보내주신 화분. 개업할 때도 화분을 보내주셨는데, 사무실 이전까지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모양새는 강인하면서도 색깔은 여리여리 연둣빛이라 특색이 있는 선인장이다.
다른 식물과 달리 줄기가 너무나 단단해서 그 줄기를 뚫고 새로운 잎사귀가 나올 때는 너무나 경이로웠다. 새로운 잎은 무럭무럭 자라더니, 요 근래 늠름하게 한 군락을 형성했다. 대견하다.
저 단단한 줄기를 뚫고 어떻게 잎이 나올 수 있을까 신기함.
새로운 잎은 무럭무럭 자라더니...
요렇게 늠름하게 한 자리를 차지함
마지막으로 뱅갈고무나무. 이 친구는 사무실에 청량함을 선사하는 친구인데, 잎사귀가 나는 모습이 마치 콩깍지가 허물을 벗는 듯하다.
뱅갈고무나무의 새 잎이 나는 과정
아래 잎에 떨어져 있는 깍지(?)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해서 봤더니, 전날 밤까지도 꽁꽁 숨어있던 새 잎이 말간 얼굴을 하고 '안녕'하고 인사를 건넨다. 아래에 있는 잎에 자신의 허물을 벗어놓고 말이다. 이런 순간이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기쁨 중 하나이다.
식물마다 생긴 것도, 습성도 각양각색인만큼 잎을 틔우는 것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행한다. 생명이 새로이 자라나고 성장하는 과정이 신비롭다. 일상을 살다 보면 잊기 쉬운 생명의 신비로움을 때때로 식물들이 각성시켜 준다.그 비밀을 바로 옆에서 알려주는 식물들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갇혀있는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래서 물, 바람, 햇빛 더 많이 신경을 써주려 한다. 우리 사무실은 하루 종일 해가 드는 곳이라 빛은 걱정이 없고, 물은 신경 써서 조절하고 있으나 바람이 문제이다. 실내에 갇혀있기 때문에 자칫 바람 쐬는 것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식물 없이 혼자 있을 때보다 창문을 여는 빈도가 잦아졌다. 생각난 김에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준다. 아이들아!! 도시의 공기이지만, 온몸으로 바람을 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