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앤디 Jul 21. 2021

그림자 아티스트의 첫발 떼기

두 번째 아티스트 웨이



© 93norart93, 출처 Unsplash



그림자 아티스트

실현하고픈 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 사이에서 그림자 아티스트가 태어난다.

-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1주차 -



재주가 많은 편이었다. 생각하는 대로 글 쓰고 만들고 그리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창작하는 것을 좋아했다. 잘 한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라고,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가지를 보통 이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 맞추어 한 우물만 파는 편이 나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딱 한 가지만이라도 특출나게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가정 경제는 어려웠고 어릴 때부터 돈돈돈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예술가는 가난하다고, 절대 그 길을 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아마 부모와 선생도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살아왔고 예술가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가난하다는 고정관념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녀와 제자의 앞날을 걱정한다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능 사흘 뒤부터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시작했다. 전공도 미술 대신 밥벌이가 조금 낫다는, 잡기에 능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는 건축디자인을 택했다. 몇 년간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다.(말은 이렇지만 그 시절 또한 치열했다) 기다리던 아이 덕분에 일을 내려놓고 임신 출산 육아 속에서 영어 그림책을 접하게 되고 사랑에 빠졌다.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그림책을 읽고 지금은 아이들 곁에서 글을 쓴다.


피아노를 배우고 기타를 치고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늘 뒷전으로 밀린다. 아직 일상에 끼워 넣지 못했다. 새로운 배움에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글쓰기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끼워 넣은 것만큼이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원격수업이 다 끝나고 가을씨가 피아노를 치고 오카리나를 분다. 소리가 참 좋다. 그저 이 순간이 흐뭇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 내가 가르쳐줄까? 엄마도 한 번 해 볼래?"라고 질문을 던질 때마다 흠칫 당황한다. 결국 오늘도 때맞춰 울리는 세탁기 종료 알림을 핑계로 도망치고 말았다. 어떤 일은 그냥 부담 없이 툭. 시작하게 되는 데 왜 어떤 일은 도망치게 되는지 나조차 답답하다. 제대로 해보고 싶은 일이라서 그런 건가.




p.73

"나는 당신의 열렬한 팬이야" 그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자기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서재는 영화 책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영화제작에 관한 잡지를 샅샅이 읽곤 했지만, 그 관심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두려웠다. 대신 그는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리사에게 쏟아부었다.


아티스트는 다른 아티스트를 사랑한다. 그림자 아티스트는 같은 종족인 아티스트에게 끌리지만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어떤 사람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느냐 혹은 그늘에 숨어 꿈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그림자 아티스트가 되느냐는, 재능이 아니라 용기에 달려있다.



줄리아 언니가 강의를 하면서 '시작은 초보자이지만 점점 나아지고 진정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찾을 겁니다. 나아가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거예요'라는 말에 사람들은 적대감을 드러낸다. 훌륭한 아티스트라니. 지금 시작해서 피아노를 잘 치거나, 연기를 잘 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고, 멋진 소설을 쓸 때쯤이면 몇 살이나 되는 줄 아느냐고.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은 계속 흐른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고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예술가이냐 경제적 자유냐 이런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도 충분히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오늘따라 더 위로가 된다. 그러니 그림자 아티스트여 이제 자신을 찾으라. 피아노 건반을 꾸욱 눌러보고 수채화 물감을 꺼내 툭 찍어보자. 두려운 마음, 설레는 마음을 인지하거나 애써 드러내지 말고 무심히 툭. 




용기를 내요 아티스트여.

The Artist's Way 아티스트 웨이

1주차. 안정감을 되살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읽고 쓰는 그대에게 조르바가 묻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