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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앤디 Nov 22. 2021

낙엽이 가르쳐 준 인생


누군가의 탄생

누군가의 결혼

누군가의 죽음


기쁜 날과 슬픈 날이

한날에 모여 있다


웃음소리 가운데

울먹임이 섞여있다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이

두 개의 눈물이 엉켜있다




새 잎이 푸르게 돋아나

인생의 절정을 맞이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순환에서 배운다

그저 이 순간이 인생임을


시작부터 끝까지 생에 모든 순간이

이토록 찬란한 고통이자 축복임을


그 과정을 오롯이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업임을






어머니 고희연. 

가족이 모이면 TV를 보게 된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글로벌 기업 회장의 뉴스가 나온다. 그의 별세와 장례 계획에 대해서, 살아 있는 동안 이룩한 업적과 어록에 대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방금 남편과 다녀온 공간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그저 직계가족과 친지 몇몇이 모여 치른 고모의 장례. 그 고요한 시간과 공간이 떠올라 다시 울컥해졌다.


기억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영화 <코코> 속에 그려진 멕시코의 '죽은자의 날'이 떠오른다. 이 세상에서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은 생명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 오래오래 기억되는 사람만이 그 곳에서 제2의 생을 산다는 이야기. 


펜션 뒷마당에서 본 낙엽을 보며 인생을 생각했다. 한 달도 아니고 단 며칠 동안에 일어난 일들. 아이의 탄생, 10주년 결혼기념일, 어머니 고희연, 고모와의 이별. 힘이 빠진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잠시 내려갔다. 죽어서 기억하고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살아있는 동안 추억을 만들어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아아. 기쁘고 아픈 나의 가을.




202010~11

작년 가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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