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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앤디 May 19. 2023

목련의 마음



© marinareich, 출처 Unsplash




<목련의 마음>


보이지 않아

궁금한 마음


봄 오는 소리가 들리면

투명한 창에서 언제나


웃으며 하늘하늘

가볍게 춤을 추는

너의 몸짓이 있었다


댕강댕강 얼마나 아팠을까

저릿저릿 얼마나 서글펐나


내 키만큼 툭 잘려나간

네 팔끝의 시린 상처들


이 봄이 조금 허전한 것은

아마도 네 덕분인가 보다







글이웃과 시 낭송

목련이 보이지 않던 날


<인생의 역사> 속 시를 음미하면서 우리도 시를 한편씩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쓰기로 하고 모였으니 각자가 써 온 시를 낭송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시 속에 요즘 근황과 감정이 가득 담겨있더라고요. 누군가는 훌라댄스에 푹 빠진 일상을, 누군가는 아이의 아픔이 보였어요. 역시 쓰는 일은 사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처음 이사를 왔던 것이 벌써 6년 전의 일입니다. 결혼하며 살뜰히 불려온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세 번째 집. 새집이라며 두근대며 입주하던 날이 기억나요. 커다란 텅 빈 집이라 소리가 울린다며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물건들이 가득 들어차 있지만요.


기쁨도 잠시, 살면서 몇 년 동안 끝나지 않은 공사와 소음과 분쟁으로 날마다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남편과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요. 특히 겨울과 봄 사이의 스산한 계절이 유난히 힘들었어요. 조금은 서늘하고 허전한 그 공기의 냄새가 가슴에 닿습니다.



그 시기마다 나를 위로해 주었던 건 다름 아닌 목련이었습니다. 주방 창가에 서서 끼니를 준비할 때마다 목련이 보였어요. 흐드러지게 핀 꽃잎이 가지채로 하늘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때로는 위태로웠고요. 첫째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은 목련이라며 어린이집 선생님께 자랑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다. 언제부터인가 나무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지작업을 한다며 나뭇가지를 댕강 잘라냈어요. 제법 키가 컸는데 제 키만큼 잘라내는 바람에 이제 주방 창가에 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서늘하고 허전합니다. 산책하며 돌아오는 길에 앙상한 자태를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꽃도 없고 싹도 없고 남은 건 댕강 잘라낸 자국뿐.


더 잘 자라게 하려고 전지하는 거라지만 못내 서운합니다. 목련이 있는 곳은 빛이 잘 비치지 않는 자리인데 이 아이는 한 해 동안 잘 자랄 수 있을까요? 잘라낸 가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싹이 피어날지, 내년에는 꽃이 필지, 기다림이 길어집니다.


@별사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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