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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맹 Dec 20. 2021

나홀로 프로젝트,  장애 아이 학교 보내기 2

두 번째 미션, 선택과 스파르타.

아이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으로 배정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신청서를 넣은 건 6월이다.

아이가 이미 특수교육 대상자로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다면 그냥 다니는 유치원에 제출하면 되는데, 곰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우리집 학군에 속하는 근처 초등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1지망에 특수학교를 썼지만 서류는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통해 제출했다.

 후 특수학교 희망자의 담임교사가 작성해야 한다는 체크리스트 서류가 더 있어 추가 제출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8월쯤 교육지원청에서 어린이집으로 현장심사를 나왔다.

미리 날짜와 시간을 협의하고 나오는데,

아이의 같은 반 친구는 심사 당일 아예 등원을 하지 않았다.

아이의 활동을 실제로 보는 게 특수학교 배정에 더 불리할 거라 판단해서다.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옳았던 것 같다.

물론 곰이와 그 친구의 1지망 학교가 같지는 않았지만,

무발화에 점심도 안 먹고 신변처리와 단체활동이 안 되는 곰이는 특수학교에 떨어진 반면

말도 곧잘 하고 밥도 스스로 먹고 신변처리와 단체활동이 가능한 그 친구는 특수학교에 배정되었다.

경쟁이 하도 세서 아무리 운이라지만,

도대체 배정 기준이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희망한 학교에 떨어지고도 많은 축하를 받았다.

전문가들 눈에 일반학교 다닐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것 아니겠냐며

축하와 응원을 보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특수학교에 떨어지면 1년 입학을 유예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 대상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입학을 유예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서

유예를 하려면 대상자 선정 결정 자체를 취소해야 하기 때문에,

또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내년 통합반 입소 모집을 해야 해서,

빨리 결정해야 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고민했다.

남편은 제 시기에 그냥 입학시키자는 쪽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결정권은 나에게 있었다.


아이가 금년에 보여준 성장을 생각하면 1년 정도 더 준비해서 입학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12월생에 덩치도 워낙 작아 한 살 어린아이들보다도 키가 작으니 나이 많은 티도 안 날 테고.

무엇보다 학교에 가서 아이가 부닥치게 될 일들을 생각하면, 단 1년만이라도 늦춰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복직이 문제였다.

남아 있는 육아휴직 1년까지 내년에 쓰고 나면 나는 더 복직을 미룰 방법이 없다.

복직과 아이 입학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을까.

그게 문제였다.


곰이는 잘할 거다.

문제는 늘 욕심 많은 엄마 아빠의 조바심과 걱정에 있었지

아이는 자기 스타일대로 항상 잘해왔다.

1년 미룬다고 현실이 달라질 것도 아니고.


우리는 아이를 믿고

그냥 제 나이에 일반학교 특수반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를 믿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기도 하지 않은 아이는 이제 막 숫자 몇 개를 쓰기 시작해

아직 색연필도 제대로 쥐지 못하고,

가위질이나 풀칠은커녕 스티커 떼서 붙이기도 혼자 하지 못했다.

한글도 아이가 가리키는 글자를 읽어만 주었을 뿐 하나씩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는지도 짐작이 갔고,

수를 세는 것만 가르쳐줬지 더하기 빼기는 언감생심 엄두도 낸 적이 없다.

옷이나 신발을 입고 벗는 것도 너무나 서툴고,

자기 물건을 챙기고 정리할 수는 있을지,

먹고 마시는 건 혼자 해본 적도 없다.


£ 일찍 일어나기

당장 등원 시간부터 당겨야 했다.

새벽 네다섯 시에 깨서 놀다가 다시 잠이 들어

10시쯤에나 일어나는 날이 많았고,

그래서 늘 지각 등원이었다.

점심시간이 다 지나서 등원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일단 나부터 여섯 시 반으로 기상 시간을 당기고

아이가 새벽에 일어나 놀거나 말거나

9시 반, 9시, 지금은 8시 반까지 깨우는 시간을 차츰 당겼다.

학교에 가려면 한 시간은 더 당겨야 하는데,

오후 치료 일정까지 마치고 어두워서야 귀가하는 어린아이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 신변처리 훈련

일곱 살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신변처리 훈련에 들어갔다.

늘 엄마가 해주던 일을 하라고 시키니 거부도 심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처음으로 양말을 혼자서 다 신기까지 넉 달이 걸렸고,

바지와 티셔츠까지 다 입는 데에 두 달이 더 걸렸다.

그다음엔 신발을 신고 벗고 정리하고,

아침 등원 전 세수와 양치를 하고,

자기가 벗은 옷을 빨래 바구니에 갖다 놓고,

책이나 물건을 가방에 넣거나 정리하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끈질기게 요구하고 가르쳤다.

가을쯤 되니 으레 자신의 일로 알고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도 아이를 붙잡고 울거나 소리 지르는 날들이 많았기에,

아이가 할 줄 아는 일들이 늘어나는 걸 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

그리고 계속 진행형이다.


£ 학습 준비

놀이를 하면서 이루어지던 언어치료 시간 일부를

인지학습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꾸어 진행하고,

그리기, 쓰기, 가위질 훈련을 위해 작업인지 수업도 하고,

한글, 수학 학습 교재를 사 와 저녁에 조금씩 가르쳐주다가 태블릿 학습기가 있다는 말에 그것도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한자 자격시험을 본다기에

잘 안 되는 쓰기는 애저녁에 포기하고

예상문제지를 만들어 문제풀이 연습을 시켰다.

신기하게도 문제는 잘 풀었다.

2021년 12월, 한자급수시험을 치고 있는 곰이.


최근에는 학교준비반 그룹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는 요즘 책가방을 메고 센터에 들어가 실내화 갈아 신는 연습을 한다.

책상에 앉아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친구들 이름을 써보고,

선생님 지시에 따라 책을 꺼내 페이지를 펴 보고,

자기 물건을 챙겨서 나오는 연습도 한다.

걱정스러우면서도 대견하다.


2021년 12월, 그룹수업 중인 곰이와 친구들.


그러는 사이 12월생인 아이는 이제 만 6세가 되었다.


마음은 내가 급한데,

바쁘긴 아이가 바쁘다.


그래도 곧잘 해주는 아이에게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지.

학교 두 번 보냈다간 애 잡겠다는

남편의 느긋한 항변에도 일리가 있는 줄 알지만,

나도 기다릴 만큼 기다린 거라고!

엄마는 엄마의 일을 해야지.

우리집에서 내 역할은 스파르타니까. ^^


#특수교육 #초등 #일반학교 #특수반 #도움반 #발달장애 #무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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