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밥상
요리하는 즐거움과 번거로움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는 대체 식품이라 생각했던 내가. 먼저 찾아먹고 심지어 즐긴다.(뚜둥) 우리 집에 적게 먹고 입맛이 안 맞으면 안 먹어버리는 삼식이가 생겨서 그런 걸까. 요리하는 즐거운 보람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고 서서히 귀찮아진다.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요리라는 말이 갠히 있는 게 아닌 듯. 어쨌든 그래도 딸냄을 먹이기 위해. 언제나 맛있다고 두 그릇씩 먹는 남편 잘 먹는 모습 보려고, 매일 주방 앞이 선다.
소고기를 많이 넣어 조금 퍽퍽한 함박스테이크 5-6개를 풀어 야매 라구 소스를 만들었다. 홀토마토와 시판용 토마토소스를 섞고 야채와 버섯을 다져 넣고 약불에 오래오래 끓이듯 볶는다. 딸냄의 첫 파슷타ㅋㅋ. 처음에는 생소한 음식에 신나 하더니 조금 먹고 안 먹. 넉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저장해두었다. 밥을 넣고 리소토로 만들어 먹어야지. 맛만 좋타! 흥
각자 다른 그릇에 담긴 오믈렛. 동글동글 말아 썰어내면 계란말이. 반달로 접으면 오믈렛.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우리 집 오믈렛 조식. 계란 요리를 할 때는 딴 건 필요 없다. 계란 알근이 풀릴 때까지 무한 풀기. 그래야 부드럽고 다른 재료와 잘 어울려 맛을 낸다. 이날 오믈렛은 야채를 많이 먹길 바라는 마음에 터질 듯이 만들었다. 간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맛살을 넣어서 간간하다. 골드 키위랑 같이 담아낸다. 딸은 키위만 공격하고 남편은 오믈렛 흡입. 우리 가족의 조식 풍경.
딸은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으면 그것만 먹고, 아니면 맨밥만 먹는다.(ㅋㅋ..)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은 계란 요리도 조금씩 먹는다. 최근에는 철분이 부족하다 하여 철분제를 먹기 시작했다. 2-3주 정도 먹으면 식욕이 폭발한다는데, 얼른 철분제 빨(?) 받았으면 ㅋㅋㅋㅋ
미역국을 끓여먹고 나면 의도적으로 남긴다. 그리고는 거기에 라면을 끓인다. 평소 라면 끓이는 물을 반만 넣고 나머지 양은 미역국으로 채운다. 스프도 반만. 구수하니 진국이다. 왠지 몸에도 좋을 것 같고 막 보양식 같고 막 그렇다. 2번 드세요. 아니 3번. 시중에 파는 갓뚜기 미역국 라면과 다름!(갓뚜기 사랑해요)
외식을 할 때면 항상 “파스타”만 외친다. 한입 가득 넣고 우걱우걱 먹는 파스타는 당연 좋고, 피자도 좋다. 각종 버섯에 트러플 오일 향이 풍부했던 피자. 남편 생일 외식인데 나 혼자 취하고, 남편이 계산하는 이상한 상황.이 난 좋다. 좋다는 소리면 몇 번씩 나오는 외식 ㅋㅋㅋㅋ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정성이 담김 음식이 하고 싶은 날. 신랑 생일. 새벽부터 일어나 덩어리째 사온 고기를 얇게 썰어 밀가루, 계란 물 묻혀서 구웠다. 야들야들 육전.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해 밥이랑 먹으면 맛있다. 사골국 끓이듯 오랜 시간 끓인 미역국. 티안 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
남은 미역국은 미역국 라면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찍어 놓고 보면 별거 없는 밥상 사진들. 별거 없었던 끼니가 모여 세월을 만들어낸다. 차곡차곡 모아둬야지. 어릴 적 보잘것없었던 내 보물상자 속 보물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