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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Aug 20. 2023

밥타령의 비밀

태금아 밥 먹자 아~~~

자나 깨나 아들 걱정인 어머니는 전화를 끊기 전 늘 말씀하신다. 항상 차조심하고, 웬만하면 육교로 다녀라. 전화를 끊은 아들은 당황스럽다. 그 아들이 마흔 넘은 방송인 전현무이기 때문이다. 차 사고를 내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육교로 다니라니. 처음 이 에피소드를 듣고 한참 웃었는데 이제는 정확히 이해가 된다. 엄마라는 존재는 늘 자식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육아의 목표가 성인으로 독립시키는 거라지만, 일 년 365일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온 엄마에게 그 목표는 그냥 이상일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엄마보다 더 잘 자란 아이라도 엄마 눈엔 그저 아이일 뿐. 신체적인 독립이야 자연스럽지만 정신적인 독립까지 완성하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제 겨우 일 년 남짓 아이를 돌봤지만, 엄마들의 자식 사랑이 어디서 왔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타고난 모성애보다 에너지를 갈아 넣는 시간이 애정을 더 깊게 만든다. 하루종일 아이와 하는 일은 세상의 기본을 알려주는 거다. 잘 자고, 맛있게 먹고, 깨끗이 씻고, 위험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단다. 안 자려고 버티고, 이유식을 바닥에 던지고, 전기 코드를 덥석 덥석 잡는 아기를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는 게 엄마의 일이다. 그 와중에 아이는 걸으려고 하고 말하려고 한다. 자라고 또 자라는 게 아이의 일이다. 엄마 눈엔 울타리지만 아이 눈엔 방해물일 수 있다. 그래도 다 자랄 때까지 엄마는 포기할 수 없다. 


지금은 낮이야, 이제 밤이 되었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진다, 이게 비야. 오늘은 햇님이 반짝반짝 인사하네. 이건 먹을 수 없는 거야. 그건 잡아당기면 안 돼.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는 세상의 원리를 알려주는 건 가끔 숨 막히게 버겁기도 하다. 알아듣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하다 보면 자주 지친다. 하지만 아, 나도 이렇게 엄마한테 배웠겠구나 생각하면 겸허해진다. 인생의 기본을 잘 챙기면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지겹도록 들은 엄마 말씀을 엄마가 돼서야 이해하게 됐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칠 때면 떠올린다. 전현무 엄마 못지않게 걱정이 많은 내 엄마를. 그리고 그녀의 밥타령에 얼마나 깊은 사랑이 함축되어 있는지를. 


태금아. 밥은 던지는 게 아니라 먹는 거란다. 한 숟갈만 더 먹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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