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투자해보시겠어요?
아주 오랫동안 유럽에서는 와인을 예술품만큼이나 고상한 투자 상품으로 여겨왔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자하면 실패 확률이 낮은 투자 방식이었지요. 프랑스는 특히 유명한 샤토를 끼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내놓는 희귀 상품들이 꽤 있으며, 세계 각국의 고가 와인 중 18.8%가 프랑스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방식이 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와이너리에 투자하고 배당금을 받거나 희귀 와인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특히 세계 경제 상황이 나쁠 때일수록 리스크가 적은 안전한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겨우 술 한 병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가격인 데다 유명한 샤토에서 소량 생산한 희귀 빈티지 와인들은 몇백만 유로를 호가합니다. 프랑스 와인 경매 시장에 나오는 고가 와인들의 80%는 유명한 샤토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품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희귀 와인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일단 이 와인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이 와인을 몇 년 뒤에 되팔았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성에 뿌듯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팔지 않더라도 일단 꺄브에서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와인을 보고 있자면 훌륭한 예술품을 사들인 것 같은 자부심에 가슴이 뭉클해진대요.
대단한 빈티지로 꼽히는 와인들은 숙성이 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며 그 가격 역시 상승합니다. 와인의 맛이 시간의 흐름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귀 와인 컬렉터들은 좋은 빈티지의 오래된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와인 투자 전문가들은 포도 수확 시기가 끝나고 몇 주 뒤부터 주요 와인 생산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죠. 일단 포도의 품질은 포도 수확을 하기 전에도 검증할 수 있으나, 이 좋은 포도로 어떻게 훌륭한 양조를 했느냐는 수확 이후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좋은 빈티지로 인정받고 나서, 해당 와인이 컬렉션 대상에 거론되기 시작하면 가격은 절대 내려가지 않습니다. 본인이 마실 용도로 사는 애호가들도 있지만,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은 그보다 조금 더 구입하여 쟁여둔 뒤 컬렉션에 내놓을 가치가 있는지 시장 분위기를 살피죠.
HEC의 Christophe Spaenjers 교수에 따르면 와인은 굉장히 높은 투자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보르도의 유명 샤토 와인을 기준으로 20세기 초반 및 2012년까지의 가격 상승세를 보면, 평균 수익성은 약 5.3%였습니다. 국가 발행 채권이나 일부 예술품보다도 더 안정적인 투자율을 기록한 것이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수확 시기 전후로 들려오는 와인 품질에 대한 소문 이외에도, 와인 생산지역 별로 고급 와인을 정리한 사이트 등을 참고하여 투자가치를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로버트 파커 역시 원래는 시음 전문가였으나, 그의 시음 후기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부터 와인 경매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의 한마디가 와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듣보잡 와이너리들이 메인 스트림에 데뷔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을 거래할 때처럼 와인에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돈이 드는 취미 생활 중 일부여야 하고, 총자산 중 10%를 넘기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투자한 이후에 수익이 날 때까지 오래 걸리는 와인도 많으니 특정 와인을 구매한 것을 잠시 잊고 있는 것도 좋겠지요.
참조할 만한 와인 경매 사이트
크리스티(Christie's) 1766년부터 와인 경매에 뛰어든 회사입니다.
https://www.christies.com/departments/Wine-Spirits-61-1.aspx
소더비(Sotheby) : 1774년부터 와인 경매를 시작한 유서 깊은 옥션 회사입니다.
j straker chadwick & sons: 1872년부터 와인 경매 시작. 세 회사 모두 영국이네요.
http://www.jschadwick.co.uk/Sales/Wine
그 외에 한국에서는 신사동에 위치한 K 옥션 경매장에서 다른 예술품과 함께 소량의 와인이 거래된다고 하네요.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4177360)
와인을 사는 것 이외에도, 프랑스에서는 와이너리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서 포도밭을 추가로 사들이거나 설비를 사들일 때 대출을 받게 되는데, 이때 와인 애호가들의 소량 투자를 받는 것처럼 해서 재정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겁니다. 애호가들은 애정이 있는 와이너리에 소액을 투자하며 수익을 올려서 좋고, 와이너리에서는 무리한 대출금 이자를 갚지 않고 포도밭을 추가 매입하거나 설비를 증강할 수 있으니 윈윈하는 셈이죠. 와이너리마다 적용 규정이 다르지만, 보통은 3천 유로부터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 경우 3천 유로가 최소 단위가 됩니다) 투자 수익률은 1~2% 정도로 높지는 않지만, 수익률을 받는 조건이 와인일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투자 수익률을 금액으로 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와인으로 돌려줍니다. 최소 투자금 대비 나오는 수익만큼 와인을 해마다 가져갈 수 있어요. 배당금 대신 받는 와인 이외에 추가 구매를 원할 경우 특별 할인가를 적용해줍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무료 배송이며, 유럽 내에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배송을 직접 해주고요.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산다면 해마다 와이너리에 직접 와서 시음해보고 고르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혹시나 부쇼네 된 와인이 있으면 맞교환도 기꺼이 해주고요. 보통 특정 아뻴라시옹을 선호하는 분들이 소액으로 많이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와이너리에서는 이 투자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날짜를 정해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대접합니다. 와이너리가 투자금으로 새로 진행한 일들, 앞으로의 사업 계획, 와인의 수상 여부 등을 발표하고 다 같이 식사도 하는 행사를 여는 거죠. 투자자는 본인 외 동반인 1인까지 무료로 참석할 수 있으며, 2인부터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일단 꽂은 금액은 5년에서 10년 이후에 되찾을 수 있는 전제 조건이 걸려 있으며, 투자자가 사망한 경우 물려받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투자금을 늘릴 수는 있지만, 최대 투자금 역시 제한이 걸려 있어서 아무리 해당 와이너리의 와인을 좋아하고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싶다고 해도 경영진이 소유한 지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설정되어 있어요. 프랑스에서는 벼룩시장 같은 사이트에 가끔 투자자를 찾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답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구미가 당기는 투자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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