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별인사를 끝내고 드디어남편은 퇴사를 했다. 앞글에 적힌 대로 퇴근하자마자 남편을 납치해(?) 호텔로 모셨다. 짐을 풀고 낯선 거리산책을 한 시간쯤 하고 호텔 라운지에서 치킨과 생맥주를 마셨다. 비 온 뒤 후덥지근한 거리를 걷고 나서마시는 한잔의 생맥주는 일품이었다. 회사에서 나올 때 굳었던 얼굴이 풀어지는 게 한눈에 보였다.
퇴사를 결정한 지 3일 만에 남편의 안색은 새까만 색에서 희고 고운 색으로 돌아왔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지 단 3일 만에 나타난 일이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오늘 거래처 직원과의 점심에서 웃긴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직원은 자신이 지금껏 본 남편의 얼굴 중에 오늘이 가장 뽀샤시하고 매끈한 피부에 후광이 난다며, 퇴사가 이렇게 좋은 거라며 웃었다고 했다.
나는 정신력의 기본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다. "미생"에서 나온 체력에 관한 대사를 보고 크게 깨달아 그 말을 삶의 중심축으로 여기며 살아가고있다.
그래서 남편의 컨디션과 공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보약을 먹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두재째 먹이고 있다. 체력, 몸의 컨디션이 좋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공황도 덜 발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나는 보약을 지을 때 돈걱정은 단 1도 하지 않았다. 보약값이 적은 돈은 아니고,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카드값이 펑크 나더라도(사실 카드값이 펑크가 났다.) 몸이 재산이며근원이란 생각은 너무도 확실했기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퇴근하고 회사에서 개인짐을 가지고 나오는남편을 보면서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무너질까 봐 속으로 걱정했는데 춥다는 소리도 없고 비교적 건강한 상황이라서 감사한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이제 끝났으니 고생했다는 나의 다독임에 옅게라도 미소 짓는 여유 아닌 여유(?)가 있는 걸 보니 보약값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
내가 읽었던 책, 만났던 의사들 모두 한결같이 운동을 권한다. 그러나 우울이나 공황, 무기력 상태 때는 몸이 건강하더라도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진돼서 기본체력조차도 유지하기가 어렵다. 체력을 유지하고 수면과 식사등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알기에 남편의 공황과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가지고 회사를 다닐 때에도 건강과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장 신경 썼었고 지금까진 성공한 듯 보인다. (보약 먹기 전에도 각종 영양제는 계속 챙겨줬다. ) 당분간은 함께 산책하며 삶으로부터 한숨 돌리며 앞길을 모색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