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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Jul 06. 2023

링컨 대통령은 이발소로 간다.

작은 것에서부터 회복시키기.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실패의 아이콘이다.

    그의 생에는 수많은 실패와 선거의 낙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많았던 실패들이   대통령 당선됨으로써 만회되긴 했지만 워낙 실패로 점철된 긴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인지 극복하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 같다.


    그는 낙선할 때마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단정하게 자른 후 배부르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시작했다고 했다.  실패 혹은 성공하지 못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 혹은 그런 마음들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외모를 점검하고 배부르게 자신을 먹임으로써 스스로를 돌보고 기운을, 힘을 주는 의식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실패했다 느끼고 문득 본 거울에서 꾀죄죄하거나 볼품없는 모습이었더라면 그것에서 마저도 실망하지 않았을까?





    링컨의 방법에 대해서 알고 나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을 넘어서 힘들다고 느껴지는 수준에 다다르면 일단 헤어를 단정하게 하고 나서 맛있는 것을 먹는다. 생각보다 몸은 단순해서 그 정도만 바꿔주는 것으로도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배고프면 가장 사납다...)


   그런 연유로  남편의 퇴사 후 첫 일정으로 미용실로 데려가  하얀 새치들로 덥수룩하게 덮여있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산뜻하고 깔끔하게 염색시켰다.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선글라스를 씌우니 한결 사람이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 후  우리는 평소에 가지 못했던 식당으로 가서 맛있는 것을 먹었다. (선글라스는 얼굴을 좀 가리면 멋져 보일 것 같아서..) 여자들이 긴 머리를 자르고 짧아진 머리만큼 가벼움을 느끼듯 남편도 그런 듯 홀가분한 표정을 보았다.





    어찌 보면 이건 아주 작고 효과가 미미한 방법 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외모를 조금 바꾸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고 해서 공황이나 우울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거울을 봤을 때 자신의 모습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덥수룩하거나 별로인 모습이었다면 그걸 보는 본인 스스로가 그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자신을 방치한다는 느낌이 결코 좋을 리가 없으니까.  


좀 더 자신 스스로
 소중히 여긴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혹은
누군가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고 있다는
느낌 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이렇게 스몰 스텝들이 모여서 빅스텝이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매일 작은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 자리에 있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알게 된 방법들을 남편에게 해줄 수 있어서.   오늘도 한걸음 내디딘 그 방향이 옳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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