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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Aug 30. 2023

육아의 근육과 일의 근육.



  누군가 내가 아이 키우지 않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날 잘 아는 사람이 물은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


 그 사람의 의도를 안다.


나의 에너지가 극도로 소모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리라.




 야근도, 주말 근무를 하며 눈뜨는 시간을 거의 회사에서 있었던 그때도 나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은 하면 할수록 내게 능력을, 신뢰를, 평판을 가져다주었다.


 일은 하면 할수록 내가 성장함을 느꼈고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회사에 금전적인 이득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었으며 그에 따른 인정이 있었다.


 영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는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썼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가 사용했던 일의 근육과는 전혀 다른 근육을 쓰는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당연히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는 단순이 체력적으로만 힘든 것이 아닌, 매일매일이 버겁다 느낄 정도이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이런 일상적인 일을 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가 칭얼거리는 것을 달래 줘야 하고, 아이가 몸으로 치대는 것에 대해서 화내지 않아야 하고 늘 상냥하게 웃어 주어야 하며 화내지 말아야 하는.. 그런 것들이 내게는 너무 어렵고 힘들다.


  엄마로서 해야 할 당연한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것들, 사랑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 것들이  버겁다.


아이 셋을 함께 키우며 시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은 도련님까지 함께 살아야 했던 엄마는  내게 사랑을 나눠줄 시간도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별 관심두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하는 타입이었으니 아마 그것이 사랑에 대한 믿음이었으리라.


그렇게 자란 내가,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르는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감정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 ( 엄마를 원망하거나 탓할 생각은 없다. 그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었을 테니까.)


유순하고 착하고 손조차 많이 가지 않는 아이임에도 이토록 힘들어하고, 그로 인해서 죄책감마저도 느끼는  내가 싫다.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냐고, 아이를 자라는 것을 보고 있으면 좋지 않냐는 사람들의 무심코 던지는 말에 나는 겉으로는 웃으며 맞장구를 치지만 내 속에서는 힘든 것이라는 말을 튀어나오기에 급급하다.


 






내 아이는 예쁘다. 착하고 유순하다.


너는 특별하고 사랑스러워하는 말을 가르쳐 주었더니 곧잘 내게 그런 말을 한다.


엄마는 왜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좋아해라고 말을 해서 나를  한참을 웃게 만들었다.


아이는 사랑스럽다. 아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만큼,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고 느끼는 나의 죄책감이 커져만 간다.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자라난 일의 근육에 비해 5년이 지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절망하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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