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이사)라고 하면 왠지 사원들과는 무언가 달라보이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한명의 회사원이랍니다. 중견 교육업계에서 월급쟁이 중 한명인 IT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배웠던 다양한 조직운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려고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연봉을 높게 받기를 희망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역량 있는 인력을 적은 연봉으로 채용하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다.
연봉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내가 왜? 이렇게 연봉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가 매우 궁금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연봉 평가에 대한 상세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연봉 재협상을 하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작년의 업무 성과를 모아 연초에 일괄적으로 연봉 협상을 하는 경우가 있고, 입사자의 입사 월에 맞춰 매월 연봉 협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회사는 년 초에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필자의 회사의 경우는 후자인 입사자의 입사 월에 따라 매년 입사 월에 연봉 평가를 진행했다.
연봉 평가를 받는 본부원의 입장에서는 1년에 한 번을 평가받게 되는 것이지만 70여 명의 본부원이 있던 필자의 본부에서는 거의 매월 5명 내외의 인력에 대해 연봉 평가를 진행하게 되었다.
본부장 입장에서는 매월 평가를 하고 연봉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스트레스이다. 평가되는 본부원에게 평가 사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를 시켜야 하고, 또 이로 인해 좋게 평가되면 연봉인상분에 대한 아쉬움과 나쁘게 평가되면 사기 저하로 인해 조직운영/관리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
연봉 평가의 방법은 팀장이나 본부장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초에 한꺼번에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연봉 평가 프로세스
필자의 회사에서는 초기에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연봉 평가가 이루어졌다.
1. 팀장 평가서 작성 (1년간 성과, 잘한 점, 개선점, 총평, 1차 연봉 책정)
2. 본부장 평가서 작성 (1년간 성과, 잘한 점, 개선점, 총평, 2차 연봉 책정)
3. 인사팀의 의견 작성
4. 대표이사 최종 승인
5. 연봉 협상(??)이라는 이름의 연봉 통보
6. 근로계약서에 싸인
위 프로세스를 봐서는 대표이사의 최종 승인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평가서가 바로 팀장의 평가서이다. 본부장의 입장에서 70여 명이나 되는 본부의 모든 본부원들의 업무 역량과 성과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사실 명확히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대표이사 역시 500여 명이나 되는 모든 팀원들의 업무 평가를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팀장과 본부장의 평가를 믿고 정말 문제만 없다면 본부장과 팀장의 의견에 따라 그대로 연봉을 결정하게 된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정리를 해보자면 팀장한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최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고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면 본부장이나 대표이사에게 찍힐 정도의 실수만 하지 않으면 결국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은 팀장의 평가라는 말이 된다.
본부장이나 대표이사는 팀장의 평가에서 점수를 깎는 역할을 하지, 점수를 올려주는 역할은 극히 드물다고 보면 된다.
필자의 경우 연봉 협상과 평가 시 본부원들에게 팀장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해 주었다.
평가의 90% 는 팀장의 의견을 따른다
모든 회사의 평가 순서가 앞서 이야기한 평가 순서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필자가 이야기한 순서로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연봉협상(??)이라는 말은 사실 어패가 있다. 다들 알겠지만 연봉 협상은 연봉 협상이 아닌 통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이 연봉 싫어?? 그럼 나가!
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럼 통보된 연봉이 마음에 안 든다면?? 안타깝지만 재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만일 연봉 통보에 많은 불만이 있다면, 그냥 이력서를 잡사이트에 오픈하고 내 능력을 좀 더 높게 사줄 회사를 찾아보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연봉 통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이야기해봐야 회사에 불만이 있다는 걸 인사팀과 본부장, 팀장에게 알리는 꼴이고 다음 해 평가에서 감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합리한 연봉 평가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수용을 하라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연봉 평가에 대해서는 수용하되, 내가 왜? 이렇게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 피드백을 요청하여 향후에는 좋지 못하게 평가하는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인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도 연봉 평가에 불만을 가진 여러 명이 연봉 재평가 요청을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한 번도 반영이 되지 못했다. 딱 한번 재평가가 된 경우가 있었는데, 연봉 동결 인원에 대해 약간의 인상이 적용된 게 전부였다.
필자가 20여 년간 IT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연봉 협상이라는 것은 대부분 이직할 때, 이직할 회사와의 협상이었지,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100% 연봉 통보였다.
다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인센티브라도 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상장 예정인 회사의 경우는 좀 더 참고 기다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사실 필자가 교육업계 입사 후 얼마간 본부원들에게 연봉 통보(??)를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이 평가 대상자가 되는 본부원들이 제가 왜?? 이 평가를 받고 이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을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할 때였다.
최종 연봉에 대한 결정은 1차 본부장이 올리지만 결국은 인사팀을 통해 대표이사가 최종 결정을 했고, 본부장인 필자가 상신한 연봉으로 결정이 될 때는 어느 정도 본부원에게 설명이 가능하지만, 필자가 상신한 연봉과는 상당한 갭이 있을 경우 이를 설명해줄 방법이 없었다.
왜냐면 그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객관적 인사 평가 체계가 없었고, 최종 연봉 결정에 대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회사차원의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 본부만의 평가 체계를 만들자고 생각하게 되었고, 나름 합리적(??)인 평가 체계를 만들게 되었다
IT본부만의 평가 체계
이 평가 체계는 필자가 S사에서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가에 대한 프로세스는 1년에 한 번이 아닌 분기별 1회 연간으로는 총 4회에 걸쳐서 평가를 하게 되고, 이를 연봉 평가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개선된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1. 평가 방법, 등급 산정에 대한 룰을 본부원에게 사전 공유
2. 나의 평가서 작성(서술형으로 지난 4개 분기에 대한 성과, 잘한 점, 개선할 점), 희망 인상 금액 작성
3. 팀장의 평가서 작성 (서술형으로 지난 4개 분기에 대한 성과, 잘한 점, 개선할 점, 1차 연봉 책정)
4. 본부장의 평가서 작성 (지난 4분기에 대한 평가표 기준으로 1년간의 등급 책정, 2차 연봉 책정)
5. 인사팀의 의견 작성
6. 대표이사 최종 승인
7. 연봉 협상(??)이라는 이름의 연봉 통보
8. 근로계약서에 싸인
점수화된 업무 평가표
업무 평가표는 회사에서 만든 연봉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크게 업무태도, 업무 역량, 업무성과 세 가지를 기준으로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다. 이 평가 점수를 완벽하게 객관적인 업무자료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순위를 측정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료로만 활용을 했었다.
다면 평가표 작성 (Peer Reviews)
다면 평가는 평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했으며, 3개월 단위로 모든 팀원이 서로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프린트로 출력해서 다면평가를 진행했었다. 이 다면평가가 팀장의 평가와 더불어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되었는데, 무기명으로 가감 없이 작성을 하다 보니 필자가 잘 알지 못했던 본부원들의 타 본부원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알 수 있었다.
관찰일지 작성
팀원들에 대한 업무에 이슈가 있었던 일을 작성해 놓는 본부원 관찰일지를 작성했다. 관찰일지에는 일시/누구/이슈사항의 항목으로 작성을 했다. 관찰일지가 왜? 중요하냐면 그때그때 이슈가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할 수가 없어서였다. 이 관찰일지에는 어떠한 본부원이 어떠한 일에 대해 실수를 했고 또는 성과를 냈는지 등등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했다.
팀 내 순위 평가
1차 적으로는 팀장이 작성하는 순위로 다면평가표, 업무 평가표를 바탕으로 팀장이 작성을 했고 이렇게 작성된 팀별 순위를 본부장에게 제출하면 본부장이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직군별 / 본부별 순위를 다시 책정하게 된다.
직군별 순위 평가
팀장의 1차 평가표를 바탕으로 전체 본부원의 업무를 기준으로 본부장이 다시 한번 순위를 매겼다. 예를 들어 플랫폼 개발팀 내에 기획자가 있고 서비스기획팀에 기획자가 있다면 이 기획자들을 모두 모아서 순위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사실 팀내 개발자와 기획자를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이렇게 직군별 순위를 별도로 매기게 되었다.
본부 내 순위 평가
그 이후에 각 직군별 1등들을 서로 비교하여 이상형 월드컵과 같은 형태로 전체 본부원의 순위를 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본부 내의 순위가 결국 본부 내의 최종 등급이 되고 이 등급은 연봉 평가를 하기 위한 최종 지표가 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점은 가능하면 팀장이 평가한 팀내 순위를 최대한 유지했다는 점이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본부장이 모든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면, 팀장의 평가가 무의미해 지기 때문이다.
등급
10%, 20%, 50%, 10%, 10% 의 비율을 기준으로 S,A,B,C,D의 5개의 등급을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등급과 연봉 인상 금액을 매칭해 놓았다. 이렇게 평가된 최종 등급을 3개월에 한 번씩 매기게 되었고, 해당 월에 연봉 평가 대상자가 되는 본부원의 연봉 평가 시 이 등급을 기준 현재의 연봉등을 고려하여 최종 연봉을 결정하였다.
IT본부만의 평가 프로세스 도입 이후
앞서 이렇게 수립된 본부 내 평가와 등급 기준에 대해서는 본부원들에게 사전 공유가 되었고 이 기준에 따라 연봉 평가를 하게 되었다.
본부원들에 대해 왜? 네가 그러한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연봉 통보 시 연봉 평가 내용, 등급 등과 함께 본부원들에게 가감 없이 투명하게 이야기를 해준 이후에는 연봉 평가 결과에 대해 많은 부분 불만이 사라지게 되었고 이는 결론적으로 이직률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되게 된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팀원의 연봉이 적게 올랐다 많이 올랐다 도 중요하지만 네가 왜? 어떤 이유로 이러한 평가를 받았고 이러한 평가 등급으로 인해 이렇게 연봉이 정해졌다 라고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또한 평가에 대한 가이드를 사전에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누구나 매년 높은 수준으로 연봉이 인상되기를 희망하나, 회사에서는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많이 올려주는 데 있어서는 한계 또한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은 합리적인 평가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조직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