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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Oct 28. 2019

"결혼하면 다 살찐대"

"너무 변명 같지 않아 오빠?"

우리 부부는 매일 유치한 경쟁에 열중한다. 아주 유치해서 일일이 열거하면 정말 가관인데, 예를 들면 그런 거다. 역에 빨리 걸어가 먼저 도착하기, 부르던 노래 더 크게 불러 망치기, 노래 가사 외우기 등등 우리 부부의 일상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경쟁이 함께 한다.


그중 그나마 가장 치열한 게 바로 누가 더 살 안찌냐다. 이 경쟁의 시작은 연애시절 오빠가 내게 했던 망언에 가까운 실언에서 시작한다. 날씬한 건 아니지만 어디 가서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남편은 구 남친 시절이었던 어느 날 내게 "통통하다"라고 말했다. 잠깐만 뭐라고?


나는 외모와 관련된 말이라면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배포와 자존감이 어느 정도 있는 여자다. 하지만 이 말을 다름 아닌 남자 친구에게 듣고 싶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유학 시절 갑작스럽게 찐 살이 빠지지 않고, 원래 내 몸무게로 돌아오지 않아 속상한데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다니... 차라리 못 생겼다고 해라!



그 말을 고이 품고 나는 결국 그 남자와 결혼했다.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결혼하면 살이 찐다고. 주위에서 들으면 대부분 7kg에서 많게는 10kg가 훌쩍 넘게 살이 찐다고들 했다. 그렇게 아저씨가 된다고 했을 때 나는 요상한 제안 하나를 했다. "오빠 우리 평생 지금 이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살자. 더 빠지지는 않더라도 더 찌지는 말자." 남편은 이에 흔쾌히 동의함은 물론, 근자감까지 과시하며 "나는 살 안 쪄. 다음 날 되면 다 빠져 있어"라고 여유를 부리곤 했다. 그래? 그렇구나. 두고 보자. 그렇게 우리의 살 안 찌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거다.  


그런데 정말이지 얄밉게도 남편은 살이 찌기가 무섭게 빠졌다. 스트레스라도 받는 날에는 살이 더 빠져 핼쑥한 얼굴로 나타나 나를 속상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남편 밥 잘 챙겨 먹어라'라는 엄마의 압박과 잘 먹었다 쳐도 다음날이면 원상 복구되어 있는 남편의 몸무게가 혹여나 더 빠질까 하는 걱정에 나는 못하는 요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특히 국 없이는 밥을 잘 먹지 못하는 남편 덕에 된장찌개, 김치찌개 말곤 끓여본 적 없던 내가 이제는 레시피 검색 없이도 뚝딱뚝딱 온갖 국과 찌개들을 끓여낼 수 있게 됐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음식을 먹는 것에 큰 취미가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야 당연히 좋지만 맛집 앞에 줄을 몇 시간씩 서서 기다린다거나 맛집을 찾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감흥이 없는 편에 속한다. 이런 부분이 유난히 잘 맞아서 결혼해도 이 이슈로는 싸우는 일이 없겠다고 좋아했던 우리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남편이 내가 한 음식만큼은 맛있게 먹길 바란다. 그리고 남기지 않고 다 먹기를. 여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아직은 요리 초보인 내가 항상 양 조절에 실패한다는 거다. 고마운 남편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점점 식사 양이 늘어 갔고, 그 많던 음식들을 다 먹기 시작했다. '아, 다들 이렇게 살이 찌는 거구나.'



그리고 나는 항상 배가 불러 숨도 못 쉬겠다는 남편을 체중계 위에 올린다. 자, 경쟁해야지 우리. 누가누가 살 안 찌나.


어느새 5kg이 늘어나 경쟁은 잊은 지 오래인 오빠는 내게 말한다.

"결혼하면 다 살찐대"

"오빠, 진짜 솔직히 너무 변명 같지 않냐? 살 안 찐다면서! 돼지"


오늘도 나는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유치한 경쟁을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우리네 할머니, 엄마들 마음이 이랬던 걸까? 내가 해 준 음식을 잘 먹고 갈수록 통통 해지는 남편을 보면 참 뿌듯하다.

휴... 참 통통하다. 통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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