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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May 18. 2020

브런치, 초심을 잃다(?)

어느새 브런치 구독자가 400분이 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작가라는 과분한 직함을 부여받고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의 감정과 경험을 모두 녹여내며 반년 동안 40여 개의 글을 썼고, 감사하게도 글쓰기 초보에게 과분할 만큼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나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한 분 두 분 늘어가던 구독자 알림 메시지는 기쁨에서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직 숙제를 다 하지 않았는데 긴 방학이 끝나가는 아슬아슬함, 초조함을 나이 서른 중반에 느꼈다. 이렇게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죄책감에 빠진 건, 글쓰기 초보에게 어쩔 수 없는 소재 고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브런치 여러 작가님들의 글 중 '끊임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삶을 꿈꾼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땐 나름 열심히 글을 쓰던 중이었음에도 그 글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해야지'라고 다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몇 개월 글을 전혀 쓰지 못한 나는 끊임없이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부여해주는 브런치를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단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로 나 혼자만의 플랫폼에 글을 올렸다면 이런 책임감과 부담을 전혀 알지 못했겠지.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결코 알지 못했겠지.


꾸준히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의 브런치를 구독해 준 소중한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초심을 잃은 건 아니라고 스스로 믿으며 쓰는 반성문 아닌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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