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와 불호의 경계
취향. 호와 불호의 명확한 경계를 지니고 싶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신나서 떠들어 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보문역. 콜렉트마이페이보릿이 좋다.
들어오는 햇볕에 춤을 추는 그림자가 좋았고,
책 읽는 데 어두울까 커튼의 채광을 조절해 주시는 사장님의 친절함이 좋았으며,
나가는 길에 커피는 맛있었는지, 평소에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물어보는 다정함이 좋았다.
일교차가 크긴 해도 얇은 가디건을 걸칠 수 있는 이 맘 때의 온도가 좋다.
길어진 해가 늘어뜨리는 보랏빛 자취도 좋다.
무한한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이 좋다.
몸에 열이 많아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여름이야말로 초록색과 갈색을 제일 멋지게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아닐까.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해 보려 한다.
나를 챙기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자
누군가를 챙기기에도 가장 멋진 수단.
맛있는 것을 먹고, 그 순간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남산타워가 좋다.
초록의 무대 위에서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저 웅장함이 좋다.
언제나 여기에 있겠노라고 다짐하는 것 같아 볼 때마다 마음이 놓인달까.
꽃이 좋다.
누군가의 마음을 두고두고 볼 수 있어서.
시들 때는 나 없는 집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보내주려 한다.
다음에는 예쁜 화병을 들여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