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기적:사비나

1만 시간 1천 시간 나의 3650일들을 헤아리다

by 손큐

사비나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내가 인사동에 2000 년쯤 첨 큐레이터 쉽을 밟을 때쯤 2002년 준학예사 필기시험이 있었고 월드컵 때 도서관 시즌. 이게 도서관인지 식당인지 인사동 가나아트인지 사비나 갤러리인지 콧물인지 밥인지 일인지 공부인지 그게 그거였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뵈었던 그 실물 그대로 그 얼굴을 간직하고 계신 관장님이신데 오늘 개관 30주년이라 시니 그야말로 성장의 역사다. 모든 이의 미술 인생도 보였을 듯하다. 각자 생각들 하겠지.

난 여기 어디쯤 서있을까? 각자의 머리속 풍경대로 생각하겠지.30년 신기한 시간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법칙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채우는 것 이상의 깊은 함의와 현대적 비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 법칙의 근간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의도적 연습' 연구에 있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해야 도달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총량을 의미한다. 글래드웰은 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그 연습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시대적 배경과 기회라는 '운'의 요소가 결합했을 때 비로소 아웃라이어가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1만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기계적 반복'에 불과하다. 진정한 성장은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수행할 때 일어난다. 명확한 목표 설정, 즉각적인 피드백,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는 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 고통을 감수하는 집중력이 동반되어야만 시간은 비로소 실력으로 치환된다.


화가가 캔버스에 물감을 겹겹이 덧칠하여 깊이감을 만들듯, 1만 시간은 한 개인의 내면에 경험의 마티에르를 형성한다. 초년공의 거친 터치는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정교한 묘사로, 다시 본질만을 남긴 절제된 선으로 승화된다. 1만 시간은 기교가 사라지고 비로소 '나만의 화풍'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임계점이다.


아티스트와 미술관의 '콜라보레이션'
​사비나미술관은 작가들에게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창작의 실험실' 역할을 해왔다.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1만 시간의 고독한 연마를 견딜 수 있도록 조력하는 과정은, 미술관 스스로가 한국 미술계의 든든한 배경칠(Underpainting)이 되어준 시간이었다. 이러한 인내와 지원이 쌓여 오늘날 사비나만의 독창적인 컬렉션과 아카이브라는 명작이 탄생했다.

30년!이라는 작품, 미완의 미학을 향한 부단한 붓질이자 생동감 있게 그려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드로잉이다.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 기후 위기 등 동시대적 담론을 끊임없이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비나미술관의 행보는 1만 시간의 법칙이 도달해야 할 끝이 '기술적 완성'이 아닌 '끊임없는 혁신'임을 증명한다.
​"사비나미술관의 30년은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거대한 벽화 위에 새겨진 가장 실험적이고도 견고한 획이다."


사비나미술관은 1996년 현대미술계에서 시스템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테마 중심 기획전 방식을 도입해, 동시대 사회 현상과 미술을 연결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과학, 수학, 동물, 자화상, 셀피 등 일상과 학문, 문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주제 설정은 ‘미술은 특정 장르 안에 고립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의 실천이었고, 이는 사비나미술관이 지난 30년간 유지해 온 정체성의 핵심이 되었다. 30주년 특별전에는 그동안 미술관과 긴밀히 협업해 온 작가 20여 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예술가에게 두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각자의 작업 세계를 재조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참여 작가로는 한국 현대회화의 서정성과 사회적 긴장을 동시에 탐구해 온 유근택, 인간 존재의 불안과 시대적 폭력성을 집요하게 다뤄온 안창홍, 전통 회화의 어법을 동시대 감각으로 변주해 온 함명수, 서사적 화면 구성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해 온 양대원, 물질성과 감정의 층위를 화면 위에 중첩해 온 김명숙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세대와 조형 언어를 지녔지만, 창작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안, 한계, 사회적 긴장이라는 공통의 정서를 작품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하나의 서사를 형성한다.


또한 30주년을 기념해 관장을 주제로 한 초상 작업과 지난 전시 아카이브를 집약한 기록 존이 함께 구성되어,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실천 주체로 기능해 왔음을 시각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번 30주년의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확산시킨 실험 공간으로서의 위상 재확인이다.


둘째, 미술을 사회적 질문과 연결하는 융복합 전시 모델을 30년간 일관되게 축적해 왔다는 점에서의 지속성이다.


셋째, 미술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담론 생산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는 자기 선언이다. 30년은 과거를 회고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다음 30년을 설계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사비나미술관의 이번 기념전은 성과를 나열하기보다 질문을 재가동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 제도사 안에서 ‘기획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30주년은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미술관이 앞으로도 사회적 감수성과 동시대적 의제를 어떻게 전시 언어로 번역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적 장면으로 읽힌다.


참여작가 김나리, 김창겸, 남경민, 박불똥, 박순철, 안창홍, 유근택, 양대원, 이이남, 이세현, 이재삼, 이흥덕, Eli Reed, 정복수, 추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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