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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May 20. 2020

(조금 이상한) 아이패드 프로 4세대 구매기

♪Lennon Stella - Like everybody else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고, 너무 예뻐
나는 지쳤어
나는 그냥 아무도 아니고 싶어



♪Lennon Stella - Like everybody else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대학원에서 성적 장학금을 받았었다. 이 것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욱이 예상하지 못했던 용돈 같은 기분이라 기쁘게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언가 인정받은 기분도 들었고, 효도도 했으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다른 동기가 나보다 조금 더 ( 몇십만 원 정도지만 )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무엇이 부족했었나? 꾸벅꾸벅 졸았던 어떤 수업 시간에서 갈렸구나. 꾸벅꾸벅 졸게 만든 현실이 미워지고- 글이라서 조금 비약적이지만, 뭐 실제 떠올린 생각도 별 다를 바 없다. 


얼마 전, 회사의 공지를 통해서는 어떠한 평가제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가를 받는 입장이지만, 또 평가를 하는 입장이기도 한 만큼 이런 기준은 필요하지 싶으면서도 어떠 이해 못할 기준의 숫자로 딱딱 자른 모습을   보면서 참 정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금방 세상이란 원래 숫자로 이루어지는 곳이지 하며  체념하고 관심을 껐다. 






작년 말 정도부터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꽤 깊게 하다 포기를 했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현실에서 찾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우습게도 오늘 어떤 기업에서 발표했던 주제는 '구성원의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개인의 행복도 못 찾는 사람이 이런 발표를 하다니. 대신, 요즘 생각하는 것은 불행은 어디로부터 오는가.라는 것이었다. 행복을 모르는데 불행은 안다는 것도 말은 안 되지만, 아마 언젠가부터 언젠가까지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불행' 말고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과거에 SNS에 적었던 이야기 중에 몇 년 전 오늘에는 '천하제일 힘듦 대회'라는 주제로 떠들어댔더라. 사실 같이 근무하던 직원을 비난하던 글이었는데, 그때 아마 그 분과는 SNS상에서 차단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 사람을 보며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의 나는 그와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나는 너보다 못하니까. " 

" 난 지금 당신보다 실패했으니까. " 

" 저 사람은 나보다 행복하겠지? " 


타인과의 관계나, 상황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비교하는 어투를 붙이게 되고, 대부분 이 비교 대상에서 나는 언제나 아래 있었다. 누군가는 이러한 언어에 대해서 비관적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겸손하다고 했다.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등바등 이 가라앉는 기분을 이겨내고 싶을 때 겨우 뱉어내는 말은 "나도 ㅇㅇ하다."와 같은 동등한 선상의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나도 힘들다.' 정도지만. 불행은 여기에서부터 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누군가와 비교하고, 내 감정을 갉아먹어가며 얻게 될 미래의 무언가를 떠올려 보았다. 정말 그렇게 남과 비교하며 아등바등 올라가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까. 그러면 행복할까. 애초에 꼭 나은 내일을 위해 타인이 필요할까. 애초에 그 더 나은 무언가는 누가 정해주는 걸까. 그 마저도 타인이 정하는 건가? 그렇게 타인에 매몰된 삶을 살다 보니 내 삶은 어느샌가 사라지게 되었다. 내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삶. 그래서 불행했더라. 






그래서, 이 불행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하루의 어느 시간은 온전히 나 스스로를 위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떠올렸다. 나를 위한 숨쉬기. 이런 것이라도 좋으니, 조금씩 나만을 위한 무언가. 물론,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 중, 어제만 해도 '어차피 아등바등 무엇을 해도 불행한 현실은 변하지 않아요.'라는 자조 섞인 말을 던지긴 했지만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채 시선을 회피하는 비겁하고 비굴한 기분도 조금 들긴 하지만, 뭐 어떠랴. 타인과 비교를 하면 못난 모양새일지라도, 적어도 오늘의 나는 살아가는 기분을 느낀다. 내일은 모르겠지만. 어느 드라마 제목처럼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그렇게 오늘을 산다. 




정말 이건 구매기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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