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쇼맨 시리즈는 코로나를 겪은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선물이다.
블랙쇼맨 시리즈를 연달아 읽었다. 정확히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블랙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쇼맨과 운명의 바퀴》 순이었다. 국내에 발간된 순서대로 읽은 것인데, 아마 일본도 같은 순서이지 않을까.
《블랙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그야말로 대작이다. 가미오 다케시, 즉 블랙쇼맨이라는 히어로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인 동시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면서 추리소설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인기 만화인 '환뇌 라비린스' 만 해도, 이 소설 이후에 실제로 만화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길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였다.
다음으로 읽은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편의 중단편을 엮은 것인데, 다케시가 운영하는 바(Bar)인 '트랩핸드'가 사건의 일어나는 무대이자, 사건을 해결하는 베이스캠프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읽은 《블랙쇼맨과 운명의 바퀴》는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블랙쇼맨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전편에 던져놓았던 떡밥(?)을 회수하는 이야기였다. '환상의 여자'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로 연결성을 가지면서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묵은 숙제를 마치고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독자는 다케시라는 믿음직한 히어로의 어깨너머로 사건을 구경하면서, 그의 조카이자 조수인 마요에게 감정이입되어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한다. 블랙쇼맨 시리즈는 코로나를 겪은 이들에게 히가시노 월드가 건네는 위로이자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