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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Mar 19. 2023

담이 무너져 사라진 소통

SNS 담벼락

담이 무너지면 칸막이가 사라져 더 소통에 원활하지 않겠냐지만 우리의 전통 담장은 최소한의 경계일 뿐 소문의 흐름을 막지는 않았다. 담장 너머 부부싸움은 옆집 눈치에 조금은 성질을 죽이고, 홀어미의 말썽쟁이 아들 녀석은 동네 어른이 마을 어귀에서 비록 아프지 않겠지만 곰방대로 널따란 어깨를 내리치게 했다. 이렇듯 옛날 담 넘어간 소리는 마을이 공유하는 정보가 되었고, 담장 안에 있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염려와 혹 기회가 되면 당부의 말도 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철저하게 분리된 개인사 속에서 공유의 개념은 사라짐으로써 가족 간에서도 소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도시화에, 담장이 사라지고 등장한 아파트의 생활은 단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한 사회의 구축은 개인의 영역만 확보하는 상징적인 도구가 되었다. 대신 그만큼 우리는 나를 알아줄 누군가를 갈망하게 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이 한다는 것은 편안함이다. 여러 생각할 필요 없으니... 그렇지만 우리는 그 편안함의 포기를 담보로 극히 개인적인 칸막이로 스스로를 유폐시킴으로 나비가 되기보다 누에고치로 머물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살고자 숨구멍을 찾아 오늘도 sns를 떠도는 영혼들. 나는 오늘도 담벼락에 나의 존재를 알리고, 나를 찾은 이에게 좋아요와 댓글로 상대의 존재를 확인시킴으로 친구라 하지.


이 가상의 담벼락을 세워 남긴 흔적들, 나의 개인사가 이웃에게 조금씩 흘러 나중에 나를 좀 더 위로하고 우리 아이들을 훈육할 수 있는 진정한 이웃이길 소망한다.(2016.8.25_블로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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