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산악자전거를 통해 바라본 산악 라이딩의 대한 생각
국내에 산악자전거가 태동하던 90년대만 하더라도 산에서 라이딩을 하면 등산객에게 이런 말을 듣고는 했다.
“거참 편하겠네. 나도 자전거 사서 산을 편하게 다녀볼까?”
물론 산에서 라이딩 경험이 없는 일반 등산객의 말이다. 이 등산객의 말을 내리막에서 들은 것이 아니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자주 들었다. 물론 내리막에서야 약간 편할지 모르지만 산악자전거의 운동량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엘리트 레벨의 XC 경기는 마라톤 풀코스와 맞먹는 지구력과 운동량이 필요하다.
산악 전기자전거는 유럽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도 몇 년 전부터 도입되어 많은 산악 라이더들이 즐기고 있다. 하지만 2019년 말 현재 eMTB를 즐기는 산악 라이더는 전체 중에서 아직 소수다.
요새는 전기 산악자전거 즉 eMTB를 타면서 그 반대의 소리를 듣는다.
“전기자전거로 운동이 되나? 더 나이 들어서 타야지”
위의 대답은 물론 앞서 얘기한 등산객이 아닌 산악자전거를 타는 기존 라이더들이 하는 말이다.
아마 타봤더라도 도로나 비포장길을 잠깐 달린 것이 전부일 것이다.
얼마 전 수원에서 활동하는 라스트레이서 팀과 분당의 산을 같이 탄 적이 있다. 본인도 eMTB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닌지라 만만하게 따라나섰다. 하지만 그 날 라이딩이 끝난 후 집에 와서는 완전 뻗어버렸다. 많이 탄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팀의 템포는 내가 경험해 본 수준이 아니었다.
다운힐이 주종목인 팀이라 내리막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오르막에서도 결코 내리는 법이 없이 항상 최고속을 지향했다. 항상 끌던 구간도 타고 올랐으며, 타던 구간은 더 빠르게 치고 나갔다.
아마 촬영을 핑계로 중간중간 쉬지 않았다면 본인은 그날 낙오됐을지도 모르겠다.
전기를 이용하면 물론 힘이 덜 들 수도 있다. 힘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결국 본인이 힘을 덜 썼다는 말이다. 배터리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라이딩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eMTB가 운동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부수적인 문제다. 일반 자전거도 천천히 달리기만 하면 운동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eMTB를 약간의 치트키 같은 속임수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아니면 운동을 싫어하는 게으름 자들의 도구쯤이던가.
결국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기계는 단순히 무거운 전자제품일 수도 아니면 라이딩의 무한한 확장을 도와줄 스마트한 이동수단일 수 있다. 결국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산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단순하게 운동을 위한 것일 수도 아니면 그냥 산이 좋아 경치를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목적을 갖던 그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자유다. 단,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