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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상어 Apr 13. 2019

바다에서  웃을 수 있기 까지(1)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모르면 겁이 없다"


처음 서핑을 했을 때 느낀 감정은, "왜 이렇게 재밌는걸 이제야 알았지?"

바닥이 아닌 파도에서도 나쁘지 않은 균형감각으로 쉽게 일어났고,

나를 밀어주는 파도의 힘도 스피드도 적당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었던 건 딱 이틀, 초보자들이 타는 화이트 워시를 탔을 때다

발이 닿아서 걸어서 인스트럭터에게 돌아갈 수 있고, 무거운 보드 외에는 걱정 없던 시절

자신감을 조금 과하게 장착했을 때 그곳으로 갔다. 돌아올 수 없는 그곳 '라인업'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예상하지도 못하고,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만났을 때 사람은 패닉이 온다.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살아 있는지 앞이 깜깜한 채

정말로 깜깜한 바닷속에서 수십 번 구르고 나서 숨이 모자라

내가 이대로 죽는구나 싶을 때 물을 뱉어내며 수면 위로 나와 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쉴 수 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나는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 나보다 무거운 스펀지 보드에 의지해 미역처럼 널브러져 있었으니까...

그런 나에게 바다는 파도를 또 보내, 나를 저 깊은 물 안으로 처박아 탈탈탈 털어버렸으니까

마치 세탁기 속 빨래처럼 다섯 번 정도 몸이 회전하고 난 다음에야 또 겨우 숨을 쉬었다.


숨이 막히는 무서운 바다에서 숨을 쉬고 다시 보드 위에 올라와서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지옥의 시작이었다.

다시 발이 닿는 해변으로 돌아가기에는 보드 위에서 팔을 젓는 일명 패들을 해야 하는데

내 체력은 이미 끝났고, 아무리 저어도 저어도 해변은 가까워지지 않았다.


겨우 인스트럭터의 도움으로 바다에서 나왔을 때

단단한 지반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다음부터 발이 닿지 않는 바다는 나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나 자신의 능력을 몰라서 생기는 두려움"


보통 발리의 큰 파도 사이즈는 사람 키 이상이 기본이다. (헤드 사이즈라고 부르는 파도)

먼 바다에서부터 큰 파도가 산처럼 다가와서 부서지면,

수면 아래에서는 물이 회전(통돌이)하고 부서진 흰색 거품은 나를 바다로 내동댕이 친다.


구글에 와이프 아웃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들.. 산만한 파도에 돌돌돌 말린다 정말로.....


파도에 말리면 내 몸은 젖은 빨래처럼 삼회전을 시작하고,

숨은 막히면서 무조건 이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바다에서 파도를 피하는 방법도 전혀 모르고(알려줘도 공포에 기억나지 않는다)

패들을 해서 그 파도를 헤쳐나가는 체력도 기술도 없는 내가 어찌 다시 라인업을 가겠는가


그래도 가고 싶었다. 처음 경험한 그 재미를 라인업에서 다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다시 발리에 왔다.

매일매일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두 달을 넘게 발이 닿는 곳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호기롭게 이제 괜찮아하고 들어갔다가 사실 울면서 나온 게 여러 번..."제발 내보내 줘" 백번...)


사실, 그 당시의 나는 패들도 되고 파도도 볼 줄 알고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나는 못할 거야, 나는 아직 저기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안돼"라는 마음 때문에 실패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지 몰라서 무서운 두려움이었다.





## 어떻게 웃게 되었는지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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