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서핑은 어디서 하지?
섬이라는 발리의 지형적 특성상 동쪽/서쪽/남쪽에서 모두 서핑이 가능하다.
서핑포인트가 많아 1년 내내 서핑할 수 있는 파도가 들어오지만,
선택지가 많은 만큼 시기, 거리, 서퍼의 레벨을 고려한 포인트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포인트를 고르느냐에 따라 그날 내가 탈 수 있는 파도의 질과 횟수가 달라진다.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시기' 크게는 발리의 우기와 건기 시즌에 따라 포인트가 다르다.
두 번째는 거리, 아무리 좋은 파도가 있어도 파도가 좋은 시간에 가지 못하면 트립은 실패!
세 번째는 서퍼의 레벨, 좋은 파도라도 서퍼의 실력에 맞지 않는다면 부상과 마음의 상처만 남는다.
이 외에도 각 포인트 별로 차트를 보면서 파도의 사이즈, 간조와 만조, 바람까지
내일의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잠들려면 '내일 어디 가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발리는 일 년 내내 여름 날씨이지만, 건기와 우기에 따라서 서핑하는 지역이 달라진다.
건기 시즌(5월~10월)에는 서쪽 스웰이 들어오기 때문에 서쪽의 꾸따, 짱구(바투볼롱, 브라와, 에코, 끄둥우) 지역의 파도가 좋다.
우기 시즌(11월~4월)에는 동쪽 스웰을 받는 시기로 스랑안, 사누르, 누사두아 쪽에서 주로 서핑을 한다.
시즌이 바뀌는 기간인 환절기(보통 10월~11월, 3월~4월)에는 동쪽/서쪽 파도를 신중히 골라서 스팟을 정한다.
건기 시즌의 포인트들은 대부분 지형이 모래여서 비치 브레이크가 많고
우기 시즌은 리프 지형이 많아 포인트 브레이크인 스팟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남쪽의 경우 발리로 들어오는 양쪽 스웰을 다 받기 때문에 파도가 크고, 조류가 심한 지형이 많아
많은 프로 서퍼들이 찾는 스팟이다. (몇몇 포인트들은 파도가 작을 때 가면 아주 꿀이 흐릅니다)
개인적으로 건기 시즌에는 꾸따 파도를 우기 시즌에는 스랑안 파도를 사랑한다.
꾸따/스랑안은 숏 보드와 롱보드 모두 재밌게 탈 수 있는 좋은 파도들이 들어오고
피크(파도가 깨지는 지점)가 여러 개 있는 스팟이라 사람이 많아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발리는 간조와 만조를 고려한 포인트 선정이 중요하다.
꾸따의 경우 만조에 파도가 말랑말랑해지고, 바투볼롱의 경우 간조의 파도가 날이 서서 타기 좋다.
리프 포인트도 너무 심한 간조에는 리프에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간조 만조를 잘 살펴야 한다.
간만조의 차이가 별로 심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심할 경우에는 해변의 물이 0.3m까지 빠지기도 하고, 2.5m까지 차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포인트에서 서핑을 하더라도 '언제' 하느냐에 따라 파도의 질이 달라진다.
(물의 양에 따라서 같은 간조/만조여도 미묘하게 파도가 좋은 시간이 달라진다)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바람', 그리고 사람
바람이 없어야 파도가 글라시하고, 바람이 너무 심할 경우 파도의 질은 물론 서핑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없어야 좋은 파도를 많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이른 새벽에 서핑을 하는데 보통 5시 30분에 포인트로 출발해서 일출을 보면서 서핑을 한다.
내 숙소와 서핑 포인트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가장 좋은 파도가 오는 시간에 맞춰가야 한다.
이동거리가 길면 길 수록 지치기 때문에, 자신이 주로 서핑할 스팟의 근처에 숙소를 정하는 게 좋다.
발리는 교통 체증이 심하다. 이른 새벽에는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아 신나게 서핑하러 가지만,
서핑하고 나서 피곤한 내 몸을 쉬게 하고 싶은데 차에 1시간 동안 갇혀있는다면?...
패들이 안되면 화이트 워시를 타야 한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패들과 테이크 오프가 안 되는 사람을 데리고 아무리 좋은 파도를 가 봐야 고생만 한다.
서퍼의 레벨에 맞는 파도가 있다. 레벨에 맞는 파도가 제일 좋은 파도다.
패들이 안돼서 라인업에 갈 수 없는 사람, 아직 테이크 오프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데리고
라인업에 데려가거나, 배를 타고 가는 포인트를 가는 건 정말 못할 짓이다.
서핑을 처음 하는 사람, 아직 테이크 오프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 패들이 안 되는 사람들은
패들이 안되더라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발이 닿는 지점에서 서핑을 해야 한다.
화이트 워시에서 테이크 오프 자세를 익숙하게 만들고, 보드와 친해지고 스피드와 파도를 느껴야 한다.
가끔 정말 아무것도 안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위험하게 배를 타고 나가는 포인트를 가는 사람들을 본다.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파도가 좋으면 뭐하나, 그 사람에게 좋은 파도는 아니다.
사고가 날 수 도 있고, 트라우마가 생길 수 도 있으며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도 있다.
유치원생을 고등학교 교실에 데려다 놓고 여기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니
여기서 공부해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 (잠시 흥분하였습니다....)
라인업에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파도의 사이즈/지형/조류 등등등 위험요소가 많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 안 된다. 서핑은 익스트림 스포츠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파도를 골라야 한다.
우리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좋은 파도 타면서 서핑합시다. 제발-!
세 번째 편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