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어 레벨 테스트와 영어 공부에 대한 생각
어제 UXUI 개선 서비스를 찾다가 평소에 잘 사용하고 있는 영어 회화 어플 스픽(Speak)앱의 AI 챗봇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스픽 앱에는 영어 테스트 기능이 없어서 조금 답답했기에 AI에게 대화 도중 물어보니 나보고 A1 이라는 것이다.;; 여태껏 어디에서도 들어본적이 없던 레벨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 홧김에(?) 유럽에서 만든 국제 영어 레벨 테스트라는 EF SET에서 test를 보게되었다.
그동안 유튜브에서 외국인 영어 선생님들이 EF Set의 레벨을 기준으로 강의를 올리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항상 궁금했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이참에 한 번 영어 수준을 알아보자고 생각하고 응시를 했다.
사이트에 접속하니 저절로 한국어 버전으로 바뀌었고, 내가 봤을 때는 테스트가 1시간 짜리랑 15분 짜리 두 개 밖에 없어서 그냥 1시간짜리를 클릭했다. 나는 당연히 공식적인 결과를 원했기 때문에 1시간 짜리를 택했다. 사전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홧김에(?ㅋㅋ) 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영어 사이트에서는 90분 짜리도 있네. 또 봐야겠다.
CEFR은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의 약자로, '유럽연합 공통언어 표준등급'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영어 등급 기준을 제시한다. 영어를 포함한 유럽어 레벨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유럽에서는 대학이나 직장에서 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테스트이자 기준이지만, 아시아나 유럽 외의 국가에서는 몇몇을 제외하고 아직 확실하게 자리 잡히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만 해도 구직을 위해서는 TOEIC을 보듯이 말이다. 그러나 많은 외국어 수업에서 해당 레벨을 참고하여 가르치기도 하고,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당장 유튜브만 보더라도 외국인 선생님들은 모두 이 기준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 공인 영어 테스트이기 때문에 다 보고나서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에 바로 연동이 가능하고, 이력서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토익이 막강하지만, 국제적으로 봤을 때는 EF SET Certificate도 하나 추가해 놓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90분 시험 -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전 영역을 보는 시험
50분 시험 - 읽기, 듣기만 보는 시험
15분 퀴즈 - 간단하게 영어 실력을 알아보는 퀴즈
나는 어제 들어갔을 때 분명히 15분 짜리랑 50분짜리만 있어서 50분을 선택했는데;; 지금 다시 들어가보니 90분 짜리도 있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어쩐지 영어 레벨 테스트인데 전 영역이 아닌 읽기 듣기만 본다는 것이 약간 의아스러웠는데 full 코스가 있구만. 시간 날 때 한 번 더 봐야겠다.
1) Reading Part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30분 정도는 리딩 테스트, 그리고 30분은 리스닝 테스트가 진행된다.
리딩 테스트에서는 단어 테스트랑 읽기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 단어는 크게 어려운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리딩 테스트가 이어졌는데, 지문 2개에 문제가 5개 정도 되는 파트로 3 파트가 이어졌다. 각 파트는 처음에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졌다. 고급 단어가 많이 나오는 느낌?
처음 지문 역시 엄청 쉬운 레벨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영어 지문을 많이 읽고 중상급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간 중간 모르는 단어가 있기는 해도 크게 어려움 없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역시 같은 패턴이었다. 그런데 점점 더 단어가 어려워지고 지문이 조금 더 길어지는 느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영어 해석 그 자체보다도 전체적인 내용과 주제 파악을 잘 하는 것, 그리고 문제 이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문제가 한국인들이 많이 접하는 사지선다형이 아니고 which one is correct과 같은 문제였다. '다음 중 어떤 passage에서 이 내용이 나오냐?'하는 식의 문제라서 지문(Passage) 2개를 다 읽고 전체적인 맥락, 주제와 디테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조금 헛갈릴 수 있는 것은 두 개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조금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많이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대충 대충 빨리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한 20분 정도? 남기고 끝냈다.
2) Listening Part
리스닝 파트도 역시 4 파트 정도가 나왔던 것 같다. 위의 리딩처럼 비슷하게 한 파트 당 여러개의 문제로 이루어져있다. 한 파트 당 대화 길이가 한 30초 ~ 1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역시 대화가 마냥 쉬운 수준은 아니었다. 실제 원어민이 비즈니스 상황에서 나누거나, 혹은 성인이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나왔다. 예를 들면 직업 고민, 회사에서의 새로운 일 등 말이다.
대화는 중간에 멈출 수 없고 총 두 번 들을 수 있다. 나는 대화를 들으면서 메모장을 켜놓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면서 들었고, 잘 이해가 안갔던 부분이 있어 두 번을 들었다.
문제 역시 리딩과 비슷하게 tricky했다. 사실 여부를 묻거나, 조금 헛갈리게 묻거나 했다. 따라서 고득점을 원한다면 전체 내용은 물론이고 디테일까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리스닝 역시 시간을 10분인가 정도 남기고 끝냈다.
정말 너무 상상치도 못하게 최고 레벨인 C2가 나왔다. 평소에 토익 외에는 이런 레벨 테스트를 본 적이 없어서 항상 답답하고 궁금했는데 내 생각보다 잘 나와서 무척 기쁘고 놀랐다. 항상 유튜브를 보면서 C1 레벨만 나와도 좋겠다 생각을 했는데 C2가 나오다니..!!! 리딩과 리스닝 모두 비슷한 점수가 나왔는데 리스닝이 더 높았다. 뭔가 실제로 듣기가 더 잘 된다고 생각해서 더 기뻤던..
아직 전 영역을 다루고 있는 90분 짜리 시험을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무리 못해도 고급 영어는 사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CEFR에서 제시하고 있는 영어 레벨
A1 - 1~30점 Beginner 비기너
A2 - 31~40점 Elementary 초급 수준
B1 - 41~50 Intermediate 중급 수준
B2 - 51~60 Upper intermediate 중상급 수준
C1 - 61~70 Advanced 고급
C2 - 71~100 Proficient 유창, 원어민 수준 (토익으로 따지면 960~만점)
영미문화권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대부분의 유창한 외국인들이 C2 레벨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bilingual이라는 말까지 써있던데 나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100점으로 가까울수록 bilingual이나 원어민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B1부터는 그래도 작문이 되는 수준이고, 대부분 영어를 조금 한다면 B2~ C1 정도를 예상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C2가 나와서 정말 놀랐다.
아니 지금 쓰면서도 되게 놀랍고 신기하다. ㅋㅋ 졸업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고.. 무척 게을러서 영어 공부를 그동안 체계적으로 해오지도 않았고, 그냥 되는 대로 있었지만, 영어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유튜브는 거의 영미 문화권 콘텐츠를 주로 보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도 거의 영미 드라마.. 그런데 좋아하는 만큼 또 공부는 열심히 안해서 뭔가 제자리이거나 많이 까먹었다는 느낌은 있었다. 왜냐하면 확실히 학교다닐 때에는 항상 영문학을 읽고, 책도 읽으면서 머리가 깨어있는데 졸업후에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게 또 하나 있다. 바로 토익 점수와의 호환성이다! 올해 본 시험을 너무 못봐서 점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전에 4~5년 정도를 아무런 공부도 안하고 벼락치기로 모의고사 1~2개 풀고 시험을 봤는데 모두 900 중반대가 나왔는데, 딱 C2 레벨이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정확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엘츠와 토플 점수 비교도 있는데 안 본지 오래되어서 패스. 언젠간 토플도 각잡고 공부하고 보고, 아이엘츠도 보고 싶다.
1) 직독직해, 1:1 해석, 번역에서 벗어나기
사실 나는 정말 게으르다. 그래서 단어 암기를 그렇게 안 한다. 토익 시험 볼 때도 은근 단어에서 많이 틀리기도 한다. 그래서 리스닝이랑 지문 읽고 파악하는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가져갔다.
그래도 어느 정도 어휘력이 있고 기본 문법을 다 익혔기 때문에 영어로 된 글을 읽으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며, 전체적인 문장이나 문맥 파악이 가능하다. 물론 해석이 안되거나 잘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또 따로 공부하려고 한다. 이번 시험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꽤 나왔지만 유추가 가능했고, 이해도 가능했다.
이렇게 게으름이 이득이 된건지(?) 나는 귀찮아서 1:1 해석, 직독 직해를 안해왔다.. 그냥 이해가 안 가면 한 번 더 읽고, 계속 읽고, 모르는 단어 나오면 빠르게 한 번 찾아보는 식으로 했다. 그렇다고 번역을 아주 못하는 건 아니다. 실제 일하면서 번역 담당이기도 했다.(하지만 나 외에는 번역 담당자가 없어서 내가 잘했는지 뭔지는 알길이 없었다.)
그래서 영어를 그냥 영어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영자신문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외국어 고등학교의 교감이신 선배님을 인터뷰했는데, 그 분이 영어를 말하거나 볼 때 한국어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하나 하나 단어 모르면 찾아가면서 한국어도 1:1로 매칭해서 완벽하게 한국말로 번역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다가,,
나중에 유튜브에서 보니 영어 포함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냥 몰라도 이해가 안가도 영어는 영어로만 보고, 한국어로 하나하나 아 이거는 이 뜻, 저거는 저 뜻 이렇게 안한다는 것이다. 이게 실력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아가서는 그 언어권의 문화와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많이 부족해서 공부는 해야 한다. 내가 완벽하게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전문적으로 번역을 하려니 조금 어려움을 느껴 번역 공부는 또 따로 하려고 한다.
2) 듣기, 회화는 익숙해지는 것과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리딩을 잘하는 데 어떻게 말하기를 못하냐고, 그거는 틀린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봤다.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 끊임없이 돌아보고 자책하고 자학(?)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한국 사람들의 특성 상 더욱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테스트도 보고 했을 때, 토익이나 이런 하다못해 국제 공인 영어 테스트를 봤을 때도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레벨이 나오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고급 수준은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말하기는 정말 익숙하지 않으면 바로 바로 튀어나오기가 어렵고,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 느끼게 되었다.
실력에 상관없이, 듣기던, 말하기던, 익숙하지 않으면 바로 들리거나 튀어나오지 않는다. 듣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bilingual로 살아오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예전에 영국 교환학생에 갔을 때, 나 뿐만 아니라 영어를 더 잘했던 언니들도 처음 듣는 억양에 영어가 들리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다. 진짜.. 아무리 쉬운 단어라도 자기가 갖고 있는 억양이 쎌 경우 발음 자체가 달라서 안 들릴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영어를 말할 때 그 사람들이 못한다는게 아니라 매우 잘하는 사람들인데도, 특정 단어는 우리가 들어왔던 표준 영어와 많이 달라 안 들릴 때가 있다. 그건 한국인인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어는 워낙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억양도 천차만별이고, 또 나라별, 사람별(?)로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 방식이 다르다. 그럴 때 아는 영어라도 들리지 않게 되는데, 이것은 그 단어나 문장을 몰라서가 아니라 정말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듣다보면 그제서야 들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실력에 따라 정말 몰라서 어려워서 안들리기도 하고 다양하긴 하지만.
회화 역시 입에 익어서 생각없이 바로 바로 튀어나오게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점은 실제 원어민들이 쓰는 표현을 최대한 기회가 닿는대로 외우는 것이다. 우리는 단어를 많이 외우긴 했는데,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어떻게 조합이 되는지 등은 배우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말을 하려면 아주 간단한 생활 영어 조차 막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점에 있어서 매우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듣는다면, 차라리 해당 강의 내용은 항상 내가 접하고 공부하고 깊이 있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말하기가 편하다. 그런데 실제로 캐주얼하게 하는 대화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말문도 막히고 표현도 모르는 것이다. ㅡㅡ. 그래서 가능하면 많이 실제로 캐주얼하게 쓰이는 표현들을 많이 익히고, 또 내가 알고 있는 단어도 말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래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스페인어, 프랑스어도 학부생 때 기초 반을 수강한 적이 있다. 사실 스페인어는 복수전공을 하려고 1년인가 문법 수업도 들었다.(다른 전공으로 바꿨지만) 그래서 꼭 다시 배우고 싶은데 영어부터 마스터(?) 해보자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네.. 차라리 동시에 하는게 낫겠다.
아무튼, 이제 시간이 날 때 90분짜리 시험도 봐야겠다. 앞으로도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공부 과정을 올려야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