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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Jun 12. 2023

월요일 그리고 주말, 그 뻔한 아이러니

희망을 꿈꾸는 월요일, 현실과 타협하는 토요일... 그렇게 반복합니다.

한 주의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헛소리가 분명하다.

적어도 월요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의 기분으로는 그렇다.


철수세미마냥 배배 꼬인 심보로 출근을 한다.

그 와중에 시원한 콜드브루 한 잔은 잊지 않는다.

출근과 동시에 집에 가고 싶어지는 뻔한 하루.

그중 일부나마 날 선 정신으로 보낼 수 있게끔 지탱해 주는 좋은 친구다.


출근하면 할 일이 참 많다.

일이 많아서 좋은 점이 있다면,

시간이 무척 빨리 간다는 것.

(물론 안 좋은 점이 더 많은 듯하지만...

말하면 우울해지니 입.꾹.닫. 하기로 한다.)

하나를 쳐내는 동안

새로운 일 두세 가지가 늘어나는 게 일상인 삶.

어차피 해도 해도 끝나지 않기에,

할 만큼 하다가 시간이 되면 일어선다.


그래...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일 게다.

물론 양심에 찔릴 짓을 하지는 않는다 자부하지만,

따박따박 정시 퇴근하는 직원을 곱게 보는 사업주는 꽤나 희귀한 존재일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어쩌겠나.

애초에 계획 없이 일을 던지는 것부터 문제인 것을.

(덕분에 요즘 '일 잘하는 방법'만큼이나

'일 잘 시키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일상적 루틴이 기다린다.

가족들과 잠깐의 담소, 운동, 샤워, 시원한 물 한 잔.

그리고 난 후 잠자기 전까지 독서와 글쓰기.


나는 본성이 게으른 사람이다.

일단 누워버리면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타입이랄까.

그런 스스로를 잘 알기에,

가급적 퇴근 후의 일상 루틴은 지키려 애쓴다.

대개 '운동'까지만 해내면 그 뒤는 일사천리다.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나면,

책이든 노트든 손에 잡히는 걸 잡는다.


월요일 저녁.

늘 희망을 부풀리는 날이다.

이번 주말에는 OOO을 해야지.

이번 주말에는 OOO에 가야지.

이번 주말에는 잘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지...

까마득해 보이는 금요일 밤, 주말을 기다리며,

느리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견딜 씨앗을 심는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오면 희망은 스르륵 흩어진다.

한껏 피었다가 바람 타고 떠나는 민들레 씨앗처럼.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잠시 외출을 해볼까 창밖을 쳐다봤다가,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을 찡그리며 에어컨을 켠다.

먹고 싶은 것들은 망설이지 않고 잔뜩 먹지만...

평소보다 많이 운동하겠다는 다짐은 흐지부지 된다.


그렇게 주말을 콸콸 흘려보낸 ,

일요일 밤이 되면 아쉬움에 후회를 쌓아 올린다.

그렇게 다시 월요일을 맞아, 다시 희망을 심는다.


늘 반복되는 이 바보 같은 패턴을 언제나 깰 수 있을까.

한숨을 푹- 내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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