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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Feb 21. 2024

떠나간 사람들

스쳐간 듯 희미해지는 이름을 읊어보며

이른 새벽, 잠을 깼다.

잠기운이 달아나지 않는

부스스한 상태가 아니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완전히 깬' 상태.


이리저리 뒤척여본다.

새벽에 깨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다시 잠들기 어려운 건

매번 다르지 않다.


창밖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

문득 한 이름을 떠올렸다.

비 내리는 어느 날,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이름.

이름을 시작점으로,

떠나간 사람들이 떠오른다.


2019년부터 어느덧 5년째.

작은 회사가 흔히 그렇듯,

수십 명의 사람이 다녀갔다.

2년쯤 전에 세어본 뒤로

헤아리기를 그쳤으니...

어쩌면 세 자리 수가 됐을지도.


그 모든 이름들과의 사이에

기억할만한 장면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이름만, 생김새만

어렴풋이 남은 이도 있다.

그 많은 이름들 사이에서,

함께 한 시간의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꽤나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일이다.


떠난 후에도 한두 번씩 만났던,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던,

몇몇 이름들을 되뇌어본다.

뻔한 안부와 '언제 한 번'이라는

공허한 말만 서로 주고받았던

몇몇 이름들을 떠올려본다.

함께 보낸 시간과 장면은커녕

서류에 적힌 글자들로만 남은,

몇몇 이름들을 더듬어본다.


그 많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무수한 삶과 삶이 교차하면서

스쳐가는 일이야 흔하지마는...

이름 하나도 무겁게 기억하고팠던

욕심 아닌 욕심이 발치에 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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