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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Aug 20. 2024

"쉽게 생각하라"는 가혹한 말

내 것이 아니었던 사고방식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
쉽게 생각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기도, 써보기도 했을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폭력' 같은 말일 수 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해 봤다면,

왜 이 말이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것이다.


사람은 흔히 자신의 방식을 구축하며 산다.

어릴 적, 젊을 적에는 다소 미숙할 수 있지만,

시간을 먹으며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충분히 무르익은 사고방식을 갖춘 이는,

세상만사를 나름의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필터'를 갖게 된다.


어떤 이는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고

다른 이는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어떤 이는 논리적인 상황을 잘 해결하고

다른 이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풀어낸다.

어느 누군가는 해내는 것을,

다른 누군가는 잘 못할 수 있다.

어느 누군가는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누군가는 다소 느릴 수 있다.

이는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이유로, 생각 또한 같다.

누구에게는 떠올리기도, 풀어가기도 쉬운 것이,

다른 이에게는 한없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이 방식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모든 상황에 늘 효율적일 수도 없다.

개인의 방식은 그 나름의 옳음을 갖고 있기에,

어떤 부분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누군가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할 수는 없다.


'쉽게 생각하라'는  한 마디는

한쪽의 사고방식이 우월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쉽게 생각해 냈는데
너는 왜 어려워하느냐

라는 메시지가 돼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듣는 이에게는 폭력이 될 있는 것이다.


'너와 내가 다르다'라는 것은 진리다.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존재함이해하고,

그것들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보통은 한 가지 사고방식을 단단히 세우는 것도

힘들어하게 마련이니까.


'쉽게 생각하라'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그 말을 대신할 대안은 이미 존재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같은 의미를 전달하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르다.

이 말이 정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더 나은 말'이 있을 수 있음을,

늘 마음 한 켠에 담아두라는 의미다.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서로를 대할 때,

그것이 최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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