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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Aug 12. 2024

'결'이 좋다

모든 것이 풀린, 진솔한 시간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보통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레임에서,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지점은 '결말'이다.

누군가의 고난과 번뇌도,

관계의 갈등과 반목도 없는,

모든 것이 풀어져가는 시간.


긴장할 요소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늘어지고 따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좋다.

누군가는 지루함이라 말할 그 시간을,

나는 평화로움이라 말하며 즐긴다.


기, 승, 전, 결.

혹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이론으로 읊어대던 이야기의 흐름.

각각의 단계들은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다.

결말의 평화로움이 빛날 수 있는 건,

그 앞의 흐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이어지는 평화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을 것이다.

잘 안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는 평화롭고 즐거운 장면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뜻한 대로 되지 않는 인생.

이미 가득 찬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마음이,

이야기 속에서만큼은 타들어갈 일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갈등이 풀려가는 중의 순조로움이 좋다.

갈등이 모두 풀린 뒤의 아늑함이 좋다.

고고하게 흐르는 긴장감 대신,

따뜻하게 오가는 진심이 기껍다.


누군가는 그런 장면들이 오글거린다 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정말 하고 살아야 할 말들은

바로 그런 말들이어야 한다.

온갖 이유로 감추고 살아가는 진심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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