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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Sep 12. 2024

'재미'로부터 배우는 것들

소설과 웹툰, '빠져있는' 게 아니라 '헤엄치는' 중

하루치 일과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종종 웹툰이나 웹소설을 본다.

물론 쇼츠에 빠지는 날도 있고,

멍하니 누워 공상을 하는 날도 있다.


모두가 나에게는 '휴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뒤에 찾아오는 느낌은 다르다.

오직 재미느끼고 말았느냐,

그 외의 '소득'이 있었느냐의 차이다.


웹툰과 웹소설을 볼 때,

'컷 저장'과 '이미지 공유' 기능을 애용한다.

네이버/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공식 기능.

덕분에 저작권 분쟁에 시달릴 우려 없이,

아주 잘 쓰고 있다.

(물론, 갖다 판다거나(?)

회차 전체를 일일이 잘라내는 짓은 안 되지만.)


용도는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카톡 등에서 농담용으로 사용할

이른바 '짤' 용도다.

예를 들면 이런 거 "ㅂㄷㅂㄷ" / from. 네이버웹툰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다른 하나는 '곱씹기' 혹은 '재해석' 용도다.

쉽게 말해, 나름대로의 공부 목적이다.

대사나 인상 깊은 묘사, 표현을 저장했다가,

추후 글감으로 쓰는 식이다.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저자가 사용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나에게는 '인풋'이 되는 셈.

노는 것이면서 마냥 노는 것은 아닌 활동이랄까.


같은 단어, 비슷한 문장이라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글을 봐도 받아들이는 건 제각각.

그렇기에 이 작업은 늘 새롭고, 또 어렵다.

글자 그대로 무궁무진(無窮無盡), ENDLESS,

끝이 없는 작업이다.

단어를 조립해 새로운 '맥락'을 빚어내는 것.

그것이 글쟁이가 할 일이라고 믿으니까.


어떤 웹툰이나 소설은 그야말로 '작품'이다.

이들은 참 많은 것을 남긴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한편, '양산형'이라 비판받는 것들이라도

나에게는 꽤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어떤 이야기라도 '잘게 쪼개놓으면',

수백수천 정도는 우습게 나눌 수 있다.

그만큼 가져다 쓸 수 있는 조각은 많아진다.

인물, 배경, 관계, 대사, 농담,

그밖에 무척 사소한 설정이나 소재,

그것들을 표현해 내는 방식까지.

때로는 익숙한 것들을 생소한 관점으로 보게 되기도 한다.

인풋에 있어 핵심은 크게 두 가지,

그중 하나는 관점일 것이다.

<독학.삶.무>의 저자는,

'인풋'의 목적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눴다.

단기지식, 전문지식, 교양, 그리고 오락.

그리고 이 네 가지 목적은

반드시 하나만 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목적으로 시작한 인풋에서

교양이 될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고,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거니까.


나머지 하나는 태도일 것이다.

그저 킬링타임 목적으로 보느냐,

뭐라도 건지겠다는 각오로 임하느냐.

나는 일단, 글쟁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세상 모든 콘텐츠가 인풋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글(소설)이나 그림(웹툰)을 선호하는

편식쟁이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인풋을 받아들이는 태도만큼은

제법 성숙하지 않았나 자부한다.


언젠가 갖고 싶은,

계속 찾아 헤매는 인풋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을 내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재미"라는 이름을 가진 실체.

그것을 담아낼 수 있을 때까지,

자연스레 자아낼 수 있을 때까지,

'재미있는 공부'는 계속될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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